현대 株價관리 팔걷었다… 배당확대-자사주 1兆 소각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현대가 주가관리에 발벗고 나섰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무섭게 돌진하는’ 기업문화답게 전 계열사가 ‘주가 관리’라는 목표를 향해 총력태세에 들어갈 분위기다.

▽인식의 전환〓현대 최고 경영진은 계열사의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에 대해 ‘코스닥 열풍 때문에 오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왔다. 일부에서는 위기감을 갖고 있지만 그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조업은 영원하다’며 느긋하게 바라보는 정서였다.

그러나 같은 제조업 종목에서도 유독 현대 계열사의 주가 화살표가 아래로 꺾여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는 믿을 수 없다’ ‘도대체 투자자를 뭘로 보느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상황인식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진에 “주가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지시하고 정몽구회장이 6일 현대자동차 주가정상화를 독려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

투자자관리 업무인 IR담당 임원은 “현대 주요 계열사를 다 팔아도 삼성전자 한 회사를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시장이 현대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신호”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응방안〓현대측은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 것이 주가관리도 잘못했지만 투자자들이 ‘현대가 디지털혁명이라는 급변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때문이라고 자체진단을 내렸다. 따라서 주가관리는 물론 E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8일 내놓았다.

우선 각 계열사가 당분간 증자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현대중공업이 20% 이상의 배당을 하고 현대자동차도 작년에 비해 배당을 크게 늘리는 등 주주에 대한 배려를 강화할 계획.

막대한 물량의 자사주 매입도 시작된다. 현대자동차는 30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할 계획이며 현대중공업(5000억원), 현대상선(1500억원), 현대종합상사(200억원), 현대미포조선(150억원), 현대엘리베이터(50만주)도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

또 그룹차원의 IR지원팀을 신설한 것 외에 계열사별 IR활동도 강화했다. 현대자동차 이계안사장은 오전 6시반 출근하자마자 IR담당임원을 불러 투자자들의 불만을 직접 챙기고 이를 각 부서에 직접 통보한 뒤 해결책을 보고받고 있다. 현대건설의 김윤규사장은 매일 사내 IR회의를 주관하고 “회사주가를 1만5000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

그룹의 전략경영팀은 또 현대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각 계열사가 2년 간 벤처사업에 5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도록 하고 자동차 중공업 등 기존 제조업 공정에 정보화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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