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달러 해외투자로 푼다…10억달러 펀드 조성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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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폭발적 유입과 2년간의 대규모 무역흑자로 시중에 달러가 넘쳐나자 정부는 해외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해 달러공급을 흡수하기로 했다.

단순히 환율 방어선을 수동적으로 지켜온 종전의 외환운용 방식에서 탈피, 국내 여유 돈을 외국의 주식과 채권 등으로 굴려 환율관리의 부담을 덜면서 수익도 거두겠다는 발상이다.

재정경제부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외부 요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원화자산의 해외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외환관리 기조를 바꿔나갈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해외투자로 달러 퍼낸다〓재경부 김용덕(金容德)국제금융국장은 “요즘처럼 자금이동의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에서는 환율 안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확보해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며 “자금 유출입의 쌍방향 통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업과 금융기관, 개인 등의 해외투자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중 산업은행 주도로 총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펀드를 조성, 보험사와 연기금 등의 여유자산을 미국 유럽 아시아지역의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고 성과가 좋으면 하반기에는 투자금액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펀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미국 월가의 전문인력이 위탁 형태로 운용한다. 정부도 외국환평형기금 보유 외환중 5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

정부는 이와 함께 각국의 수준급 펀드매니저들을 영입, 내년초 해외 금융자산 투자를 전담하는 자산운용 전문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규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이 출렁대고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는 우리경제의 고질적 약점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국부의 포트폴리오를 국제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꼬박꼬박 원화로 바꾸는 바람에 환율하락(원화강세)을 유발해 수출경쟁력 약화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것.

▽관건은 수익률〓전문가들은 해외투자를 통해 외환분야의 완충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자칫 미숙한 운용으로 아까운 돈만 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에 설립한 역외펀드는 작년말 현재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을 보았다.

외국돈이 국내로 몰려오는 이유는 기대수익률이 높기 때문인데 오히려 기대수익률이 낮은 외국에서 돈을 굴릴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辛金德)동향분석팀장은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데다 금융기법도 뒤떨어진 상황에서 과연 목표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나라재산이 줄어들 수도 있는 만큼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공청회를 통해 신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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