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영역확대 경쟁… 이해따라 합종연횡 가속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48분


은행권의 시장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결양상이 기존의 ‘소매금융 쟁탈전’ 일변도에서 상대방의 특화 영역을 파고드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A은행이 B은행의 주특기를 공략하면 B은행은 C, D은행과 합세해 A은행의 고유업무를 넘보는 등 은행간 경쟁이 얽히고 설킨 모습으로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상대방 주특기 빼앗기〓주택은행은 최근 타 금융기관의 외환전문 인력 20여명을 영입한데 이어 해외 송금수수료 전액면제와 환전수수료 대폭 할인조치를 취했다.

이는 주택금융의 강점을 발판으로 우량 개인과 중소기업 고객을 끌어들이려면 외국환관련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

공격대상이 된 외환은행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3월 주택청약예금 시장 개방에맞춰 중도금 및 경매자금 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 최우선 영업순위를 주택금융 분야로 설정해 주택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이 은행은 부동산시세 정보는 물론 주택감정 및 경매물건 입찰대행 시스템 등을 갖춘 부동산 포털사이트 ‘신한랜드닷컴’(www.shinhanland.com)을 다음달중 개설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사이트의 정보가 알차게 구성되면 은행권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싼 강점과 맞물려 주택금융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억원 이상을 맡기는 거액고객이 가장 많아 ‘부유층 은행’으로 꼽히는 하나은행은 거의 모든 은행의 공략 대상.

이 은행의 1억원 이상 예금자는 전체 고객의 2.7%에 불과하지만 총수신고중 차지하는 비중은 65%를 넘는다.

한빛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VIP고객’과 ‘빅맨 주거래고객’에 대해 각종 수수료 면제,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내걸고 부자고객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측은 기존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 부유층 고객의 자산관리 상담을 전담하는 프라이빗 센터를 연내에 서울 강남 등 15개 지역에 추가 개설할 예정.

▽부작용도 있지만 불가피한 선택〓은행들이 상대방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 잇달아 도전장을 내는 이유는 업무영역 다변화를 통해 고객기반을 확충해야 향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 전문화와 동떨어진 흐름’이라고 비판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여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금융 겸업화와 대형화 추세에 따라 이같은 전방위적 경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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