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네트워크 경영'이 경쟁력… 비용절감 효과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48분


84년 설립된 뒤 PC시장 포화상태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 업체로 떠오른 미국의 델컴퓨터. 초고속 성장의 밑거름은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고객에게 단기간에 맞춤형 컴퓨터를 직접 판매한 ‘유통혁명’이었다.

델이 컴퓨터를 소비자 주문에 맞춰 2∼10일 내에 생산, 배달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및 부품 생산자, 포장과 배송업체간에 정교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덕택. 여러 관련기업이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는 네트워크 경영을 앞서 도입함으로써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네트워크 경영〓GM 등 미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와 35개 부품업체는 97년 11월 인터넷 정보망(ANX)으로 ‘하나’가 됐다. 신차의 설계데이터를 비롯, 부품재고 발주정보 납품대금지불 등 단계마다 모든 정보를 즉시 나눠 가진다. 회사마다 수억달러씩 들여 개발한 개별 전산망도 인터넷으로 통합됐다. 사이버 공간에서 전략적 제휴를 형성한 셈.

LG경제연구원은 미국 업계의 자료를 인용, ANX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대당 12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전체로는 98년 GM이 올린 순익의 6배에 해당하는 180억달러가 절약된다는 것.

GM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 독일 폴크스바겐(VW) 등과 부품설계 및 개발 시스템을 내년부터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네트워크 경영을 국가 경계를 넘어 실현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국내 인터넷 활용은 ‘기업 내부용’〓최근 국내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한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터넷을 사내 정보를 확산시키고 경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한다. 사이버 제휴도 부품공급 등 핵심 분야의 네트워크 구축에는 손을 대지 못한 채 판매 마케팅 분야에 국한되기 일쑤다.

기업간 네트워크가 엉성해 산업 전체적으로도 디지털 정보를 표준화하고 공유하려는 시도가 드물다. 부품-조립업체간 네크워크가 중시되는 가전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발주-하청 관계로 묶여 있어 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정보기술(IT)분야에 87조원을 집중해야〓최근 한국과학기술원 김보원교수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의뢰로 국내 정보화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 정보 ‘기반’ 투자는 미국의 4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 기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폴란드와 멕시코 다음으로 최하위권. 정보기반 및 기술이 취약하면 경제 전체의 네트워크 구축은 더딜 수밖에 없다.

김교수가 추정한 향후 국가 전체 IT 투자비용은 87조원. 지금까지의 투자부족액을 벌충하고 향후 미국과 엇비슷한 수준(국내총생산의 3%)의 투자를 유지하기 위한 규모다. 전경련은 최근 이같은 국가적인 IT투자 외에도 “기업들이 자체 정보 네트워크를 산업 전체로 확산시키는 5단계의 ‘조직화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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