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장 공동마케팅… 11개社 합작사 출범

  • 입력 2000년 1월 23일 19시 12분


인터넷 유통혁명이 재벌들의 ‘그룹 경영’에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전자상거래 업체와 물류업체간 제휴가 주류를 이뤘던 인터텟 마케팅이 점차 다른 그룹의 이업종 주력사와 손을 잡는 형태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

한 그룹의 ‘우산’ 밑에서 시너지효과를 추구했던 재벌 계열사들은 ‘이사회중심 경영’의 강화와 함께 몰려온 인터넷 제휴바람으로 더욱 독립경영에 바짝 다가설 전망이다.

26일 출범하는 ‘11개 대기업 공동 인터넷 마케팅’은 이같은 상황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 공동 마케팅에는 삼성그룹의 생명 전자 카드 3개사와 현대그룹의 자동차 정유 해상화재보험 등 3개사, LG그룹의 증권 텔레콤 2개사가 각각 참여했다. 이밖에 금호그룹의 대표사인 아시아나항공과 하나로통신 인터파크 등이 ‘소속 업종을 대표하는 차원에서’ 포함됐다.

공동 마케팅을 주도하는 쪽은 현대해상화재보험 삼성카드 인터파크 등 3개사. 일찌감치 전자상거래 시장에 불을 지폈던 인터파크를 제외한 2개사는 고객기반이 영업수익 제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들이다. 나머지 8개 기업은 유통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이점에 착안, 공동전선에 합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4개 재벌 주력사들이 손을 잡은 것은 인터넷 유통혁명이 가져온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사이버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결합시켜 대기업 프리미엄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우월한 협상력과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로 시장을 지켜온 대기업들은 최근 2,3년 동안 급성장한 인터넷 유통시장에 대해 위기감을 느껴온 것이 사실. 유통채널이 엄청나게 다양해진데다 사이버시장의 ‘진입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클릭’ 한번으로 고객과 제조업체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유통질서에서는 신흥 중소기업도 쉽게 대기업의 아성을 넘보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의 공동 마케팅이 정착되면 같은 그룹 계열사끼리 사이버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이번 11개 공동마케팅에 참여한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의 사이버 쇼핑몰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물산 입장에서는 거북한 경쟁상대에 계열사가 합류한 셈.

11개 공동전선에서 배제된 업체끼리 짝을 이뤄 별도의 제휴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제휴에서 제외된 LG전자 LG카드 LG정유 현대증권 SK텔레콤 대우자동차 대한항공 등이 컨소시엄을 이룬다면 같은 계열사가 서로 다른 인터넷 그룹에 속해 경쟁하는 셈이 된다.

같은 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그룹사와 짝을 이뤄 고객확보 전쟁을 벌이는 ‘빅뱅국면’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래정기자> ecopo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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