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월 23일 19시 1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주주들의 이같은 편법 행위를 상당부분 포착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CB와 BW를 발행한 기업이나 대주주들은 이들 상품을 싼 값으로 재매입한 뒤 주식으로 전환해 국내시장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차익을 올린 한편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지난해 중순 6000만달러 규모로 해외CB(전환가 1만원)를 발행한 A그룹 B계열사의 경우 연말에 주가가 2배 이상 오르자 CB를 인수한 외국인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올렸다. 조사 결과 이들 외국인투자자 상당수는 B사를 대행해 CB를 인수했으며 B사는 외자유치라는 홍보효과와 함께 막대한 금융소득을 올렸던 것.
이처럼 CB의 경우 국내 대주주와 연계된 외국인이 해외증권을 매입하고 나중에 프리미엄을 받고 대주주에게 되파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때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 및 지사가 외국인투자자로 위장해 매입하고 거래 자체가 해외에서 이뤄져 국내에서는 그 과정을 알기 어렵다. 아예 발행 당시부터 이사회에서 제3자 배정방식으로 대주주에게 일정물량을 할당하기도 한다.
▽상속수단으로도 활용〓상속수단으로는 주로 해외BW가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채권(Bond)과 신주인수권(Warrant)이 분리돼 거래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분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 상속인은 외국에 설립한 역외펀드를 이용해 BW를 매입한 후 채권 부분은 매입 직후 시장에서 할인매각해 원금을 갚고 신주인수권만 가진다. 신주인수권은 언제든지 행사(주식 전환 등)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국내 주가가 크게 오르면 행사한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인 C사의 상속예정자도 역외펀드를 이용해 원금을 거의 들이지 않은 채 해당기업의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고 세금을 피한 채 사실상 상속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발행 선호 이유〓국내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기준가 대비 할인율은 25∼40% 수준이며 일부 코스닥기업은 60%까지 할인된다. 하지만 해외증권은 대부분 시가로 발행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할증발행도 가능하다. 발행기간이 짧고 인수조건 및 인수자를 신고할 필요가 전혀 없어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또 ‘외자유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어 홍보효과도 아주 높다.
▽국내 기관투자가도 참여〓해외증권을 사는 이유는 리스크가 거의 없고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외국계증권사를 통해 매입하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것도 국내 기관투자자가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가 다급했던 B그룹 계열사도 해외CB를 3300만달러 발행했으나 70% 이상을 국내인이 인수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