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추진 국내기업 '長考']'나스닥 명예'보다 실속

  • 입력 2000년 1월 11일 22시 12분


‘상장만이 능사는 아니다. 먼저 내실을 다지고 나스닥에 진출하겠다’ 작년 10월 두루넷과 미래산업의 나스닥 상장 이후 경쟁적으로 ‘나스닥행’을 흘렸던 국내 업체들이 주춤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시장과 국내 증시가 동반조정에 들어가면서 상장 여건이 불리해지자 상장 계획을 유보하거나 늦추고 있는 것.

▼상반기도전 하나로-한컴뿐▼

▽상장추진 현황〓ING베어링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외증권사들이 나스닥상장 유망업체로 선정한 13개 업체에 대해 본사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올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갖고 있는 회사는 하나로통신과 한글과컴퓨터 2개사에 불과했다.

하나로통신은 현재 미 증권관리위원회(SEC)와 구체적인 상장절차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는 아직 구체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가진 않았으나 3월경 인터넷사업을 출범시킨 뒤 빠르면 상반기중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메디다스와 새롬기술의 미국 자회사인 다이알패드닷컴은 올 하반기에 상장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회사들은 상장 추진 의사가 불투명하거나 없었다. 에이스테크놀로지(1월), 데이콤(3월), 한통하이텔(상반기) 등이 상반기중에 상장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한통프리텔, 다음, 새롬기술, 한국정보통신, 39쇼핑 등은 현재로서는 상장과 관련, 아무런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배구조등 요건 미달도▼

▽상장요건 충족여부〓이들 업체들은 모두 작년말 기준으로 나스닥시장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비교적 큰 업체가 상장되는 내셔날마켓의 상장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즉 ‘다소 무리를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상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업체가 총자산 세전순이익 유동주식수 등 수량요건은 무난히 충족시킬 수 있으나 △2명 이상의 사외이사 △사외이사 2분의 1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운영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질적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나스닥 상장의 허와 실〓나스닥 상장 자체는 기업의 유동성 재무상태 투명성에 대한 일종의 자격증처럼 받아들여진다. 일례로 나스닥 상장종목의 주식은 영국 및 일본의 증권거래소에 의해 투자적격증권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신인도 보장효과’ 덕택에 자금조달, 해외시장 개척 등이 쉬워진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 및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나스닥 상장기업에 우선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작년 하반기에 ‘나스닥 상장 추진 재료’를 주가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작년에만 모두 20여개 국내업체가 ‘자천타천으로’ 나스닥상장 추진업체로 알려졌으나 작년에 실제로 나스닥상장을 추진한 업체는 하나로통신에 하나뿐이었다.

▼상장 20% 공모가 밑돌아▼

그러나 나스닥 상장에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작년 9월말 현재 작년 1∼9월에 나스닥에 신규상장된 기업중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업체의 비율이 20%에 달했다. 자칫 막대한 상장관련 비용(5000만달러 기준 상장금액의 6∼10%)만 날리고 망신만 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청 벤처진흥과 류광준사무관은 “실력은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다가는 자칫 ‘공인된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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