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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11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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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밀레니엄 초입을 맞은 재계의 대(對)정부 전략이다. 99년 대국민 홍보전략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보다 유연한 PR를 펼치겠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최근 “개혁의 각론에 대한 반대논리를 전파하기보다는 큰 주제와 밑그림을 가지고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21세기 기업경영 등 큰 화두를 던지고 밑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 ‘사사건건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 전경련이 잇따라 문제 삼았던 정부 정책들은 부채비율 200%, 엄격한 지주회사 설립규제, 기업지배구조개선안 등. 전경련측 반대논리는 전문가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수십년간 재벌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온 국민으로부터는 강한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전경련은 최근의 방향전환에 맞춰 정책흐름을 읽고 사전에 민간측 의견을 제시하는 ‘사전 정책구상’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경련의 태도 변화는 4월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선거철에 민심을 얻기 위해 ‘재벌때리기’를 해왔던 관행이 재발될까 우려된다는 것. 재벌측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면 ‘표심 관리’ 차원에서 정부의 강공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
전경련은 그동안 자유시장주의를 ‘공세적으로’ 전파해온 자유기업센터도 13일 회장단회의를 통해 공식 분리할 방침이다.자유기업센터는 시장개입적 관행을 보여온 일부 정부부처 각료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많은 논란을 양산해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