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정신 퇴색]'창투사 재테크' 열중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을 기술개발보다 ‘재테크’에 더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등록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망벤처기업을 발굴해 코스닥에 등록시키는 창업투자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한다. 창투사가 투자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존 코스닥기업은 연간 당기순이익의 수십배에 달하는 특별이익을 얻기 때문.

기술력은 높지만 자금이 없어 고민하는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설립된 코스닥시장 육성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코스닥시장에 몰린 시중자금이 기업현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다시 코스닥시장으로 역류함에 따라 기술력 향상의 밑바탕인 ‘벤처정신’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기업의 창투사 인수〓학습력 집중기인 엠씨스퀘어로 유명한 대양이앤씨는 얼마전 대우전자가 100% 주주로 있던 ㈜대우창업투자조합 지분 80%를 296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300억원. 이때 대양이앤씨 대주주는 70억원, 일반인들은 230억원을 증자대금으로 냈다. 회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유망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해왔으나 인력과 능력의 한계로 아예 전문능력을 갖춘 창투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제조업체인 제이씨현시스템도 84억원을 투자해 ㈜벤처게이트기술투자 지분 84%를 인수했다. 이밖에 골드뱅크 스탠더드텔레콤 에이스테크놀로지 등 최근 ‘잘 나가는’ 코스닥기업들도 창투사에 각각 30억원씩 투자했다.

▽주력사업보다 높은 수익률〓병원업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메디다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억3700만원. 메디다스는 최근 창투사인 무한벤처투자조합1호 지분 28.6%를 모회사인 메디슨에 매각해 무려 216억원을 벌었다. 무한벤처투자조합은 정보통신 및 인터넷 열풍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한글과컴퓨터의 대주주. 이처럼 창투사에 투자해 주력사업부문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낸 코스닥등록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코스닥기업들이 손쉬운 재테크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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