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밀어내기 수출' 되풀이 될까…정부 "무리않겠다"

  •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70년대 이후 매년 수출 추이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12월 현상’이다.

12월만 되면 어김없이 수출액수가 다른 달보다 5억∼10억달러 늘어난다. 90∼97년에도 매년 무역수지는 적자를 보였지만 12월에는 흑자를 보이거나 적자 폭이 다른 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 무역수지 목표를 맞출 목적으로 12월말에 집중되는 ‘밀어내기 수출’이 빚은 현상이다.

반면 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다음해 1월은 정반대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크게 늘어났다.

올해에도 무역흑자 목표 달성은 환율과 함께 ‘12월 효과’가 얼마나 발휘될지가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11월 현재 무역흑자는 217억달러. 목표인 250억달러 흑자를 내려면 12월에 33억달러를 추가해야 한다. 정부는 “무리하게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밀어내기 수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수십년 관행이 사라질지는 미지수.

▽공해상에 수입선 세워놓기〓‘수출 드라이브’가 거세던 70∼80년말까지만 해도 수입선이 공해상에서 새해를 맞는 경우가 있었다. 배 한척에 실린 수천만달러 어치의 물건을 수입 금액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며칠간 공해에 머물도록 한 것. 화물기도 입국 일정을 연기해 해가 바뀐 다음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가전제품과 승용차는 밀어내기 수출의 단골 품목이다. 국내 모기업은 연말이면 이들 물건을 해외 법인으로 일단 내보내고 본다. 단지 ‘기업내 거래’지만 장부상에는 어엿하게 수출로 잡힌다.

아직 건조되지 않은 배를 서류상으론 완성된 것으로 올리고 통관시켜 수출실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밀어내기 현상은 무엇보다 ‘관치 수출 드라이브’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최대한 수출실적을 부풀리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종합상사 등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실적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기업과의 외형 싸움을 의식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올해는 사라질까〓정덕구(鄭德龜)산업자원부장관은 “흑자목표 250억달러를 달성하면 좋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기업들도 옛날처럼 정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지는 않는다. 환율 등 무역조건이 급변하는 형편에서 실적을 의식할 여유가 없는 탓이다.

그러나 수십년 이어져 온 ‘밀어내기 수출’ 관행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작년에도 산자부는 400억달러 목표를 채울 목적으로 기업들에 “연말 휴일을 피해 수출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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