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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18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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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2월에 배럴당 12달러였다. 4월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이 하루 260만배럴 가량씩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을 때만 해도 유가가 이렇게 빨리 오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동안 OPEC가 감산을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유가가 오를 때만 되면 카르텔이 여지없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감산약속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지켜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감산이행률이 80∼90%”라며 “당분간은 OPEC의 감산약속이 잘 지켜져 배럴당 3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OPEC조차도 최근의 유가 강세에 놀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들어 세계 경제가 97∼98년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석유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다. 특히 8년 넘게 호황을 누리는 미국에서 석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석유연구소(API)는 미국의 가솔린 재고량이 지난주보다 500만배럴 가량 줄어 97년8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고 17일 발표했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진 미국인들이 그만큼 석유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석유업체들이 적정재고 수준을 맞추기 위해 석유구입 물량을 계속 늘릴 것이라는 뜻도 된다. 미국이 석유수입을 늘리면 유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게다가 당분간 유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원유 사재기’까지 빚어져 유가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 주요 산유국에 속하는 베네수엘라에서 곧 파업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유가를 올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