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美기업 인수앞두고 '국적'문의 잇따라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미국계 뉴브리지 캐피털이 올해 안에 인수하는 제일은행은 국내 은행인가, 외국계 은행인가.

뉴브리지 인수 발표 이후 제일은행의 ‘국적’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은행측이 “뉴브리지에 팔려도 우리는 엄연히 한국 국적의 은행”이라며 나름대로 논리를 개발해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다.

제일은행이 해외매각과 상관없이 국내 은행임을 내세우는 근거는 2가지.

우선 법률적으로 제일은행은 씨티 HSBC 등 국내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은행과는 달리 국내 은행법에 의해 설립돼 영업을 하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한국의 은행’이라는 논리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내국인 직원 4000여명의 고용유지를 통해 소득효과를 창출하고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우리 정부에 납부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하는만큼 외국계 은행으로 불 수 없다고 제일은행측은 강조한다.

영국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이같은 논리를 앞장서 전파하고 있는 최승우(崔承祐)종합기획부차장은 86년 금융대개혁(빅뱅)이 단행된 영국의 예를 들어 외국 금융자본의 국내 진출이 갖는 효과를 설명했다.

당시 내로라하는 영국의 은행과 증권사의 대주주가 외국계로 바뀌었지만 이 조치로 인해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되고 외국자본이대거유입된덕택에 런던 금융시장이 국제금융 중심지의 위상을 회복했다는 것.

최차장은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와 한국정부가 공동으로 투자하고 뉴브리지측이 경영에 참여하는 성격의 합작투자 은행”이라며 “그런 점에서 금융자산에 대한 과실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투자와 구별된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뉴브리지 인수 확정 이후 옛단골고객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면서 총예수금이 6월말 12조1000억원에서 10월말 현재 14조원대로 증가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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