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生판결 파장/금감위 곤혹]"절차상 문제…달라질 것없다"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금감위는 법원 판결소식을 접하고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사안이 금융구조조정 전반에 미칠 여파가 크기 때문에 재판부가 정부의 입장이나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금감위로선 내심 승소를 자신해왔던 것이 사실.

그러나 ‘원고 일부 승소’라는 판결 주문의 첫장이 팩스로 전달되자 금감위 15층 구조개혁본부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향후 파장을 걱정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판결의 내용이 부실금융기관지정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달라질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자신감을 표시.

담당 실무국장인 이종구(李鍾九)국장은 “절차만 보완하면 당초 계획대로 대생을 처리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향후 대생의 반발없이 어떤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할 지는 금감위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특히 담당자들은 이번 판결에서 관리인단이 감자결의를 한 것을 법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것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기도 했다.

금감위는 이번 판결로 신속한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금감위의 위상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김영재(金暎才)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금감위가 지고 최순영씨가 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해달라”며 신중하게 보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감위 직원들은 “어찌됐든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며 문책의 바람이 몰아칠 것을 걱정하는 모습들이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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