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핀에서 컵 그릇 볼펜 등 박사장이 취급하는 품목들은 하나같이 겨우 수백원짜리 제품들. 그러나 이런 ‘작은’ 제품들로만 올 6월까지 3300만달러 어치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갯수로 치면 무려 1억여개. 주방용품 화장용품 목욕용품 신변잡화 팬시류까지 한일맨파워의 판매 리스트는 2만여종이 넘는다.
“그까짓 몇백원짜리 물건, 팔아봐야 얼마나 남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어떤 사업이든 아이디어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주죠.”
첫인상부터자신감이 넘치는 박사장은본래 세일즈맨이 아닌 엔지니어출신이다. 그가 ‘전공’과 다른길로 빠진 건 11년전. 당초대기업직원들의 일본 연수 등 인력알선을 주로 하던 박사장은일본을 드나들면서 차츰 일본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시장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탓에 진출한 업체들이 그리 많지 않더군요. 좋다, 그럼 내가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나 역시 일본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한국산은 으레 저질품으로 단정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에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사장은 기회만 닿으면 일본으로 건너가 맨몸으로 부딪쳤다. 일본 시장과 백화점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일본인들의 소비마인드를 연구했다.
“일본인들은 실속을 무엇보다 중시합니다.유명 브랜드를 찾기보다는 ‘질좋고 값싸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죠.”
일본인의 실속 중시 경향에 딱 들어맞은 게 다이쇼라는 ‘100엔 숍’ 체인점이었다. 모든 상품을 100엔 균일가에 파는 저가 상품점의 호황을 보고 박사장은 “그래, 이거야”라고 무릎을 쳤다.바로 그가 찾던 일본의 ‘틈새시장’이었기 때문. 박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체와 하청망을 연결해 다이쇼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다이쇼에서도 특급 공급업자로 꼽힌다.
그가 발로 뛰면서 개발해 새로 선보이는 아이템들은 매달 400여가지. 그의 신제품들은 다이쇼에서 상위급 ‘흥행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 시장 연구는 지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1년에 10번 가량 오가며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만난 덕에 서툴었던 일본어도 이제 웬만큼 통할 정도가 됐다.
품질관리에 쏟는 정성은 더욱 대단하다.
“싸구려 제품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된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회사 제품은 불량률이 낮고 납기를 빈틈없이 지킨다고 다이쇼에서 인정받고 있죠”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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