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음료특집]'順한 소주'혁명…올 점유율 50%돌파

  • 입력 1999년 8월 18일 02시 30분


알코올도수 23도짜리 순한 소주가 ‘혁명’에 성공했다.

25년간 주당들의 입맛을 지배해온 25도 소주를 단숨에 무너뜨리고 소주시장 점유율 50% 이상의 대표 소주로 떠오른 것.

지난해 10월 진로의 ‘참진이슬로’ 출시로 본격 시작된 순한 소주 돌풍은 올들어 보해양조의 ‘소프트곰바우’, 두산의 ‘미소주’가 가담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 빅3뿐만 아니라 나머지 소주업체들도 ‘순한 소주시장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불꽃튀는 시장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점점 순해지는 알코올도수〓65년 30도로 출발한 소주 알코올도수는 74년 25도로 낮아진 뒤 25년간 난공불락의 아성을 지켜왔다.

최초의 반란은 부산에서 일어났다. 96년 대선주조가 23도 소주 ‘시원’을 내놓은 것. 시원은 13개월만에 1억병이 팔릴 정도로 지방 주당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극받은 경남 무학주조와 경북 금복주도 ‘깨끗한 화이트생’과 ‘참스페셜’을 각각 내놓으면서 반란에 가담했다.

지방에서의 반란을 전국적인 혁명으로 성공시킨 제품이 진로의 참진이슬로. 참진이슬로는 출시 6개월만에 1억병을 판매하고 다시 3개월만인 7월27일 2억병을 돌파하는 등 최단기간 최다판매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술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불꽃튀는 순한소주 시장쟁탈전〓진로가 참진이슬로로 수도권 소주시장을 완전 제압하자 보해는 5월말 소프트곰바우를, 두산은 지난달 미소주를 각각 수도권 시장에 출시, 진로와 함께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6월 순한 소주 시장점유율 32.6%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는 진로는 영업직원 한사람이 매일 1개업소 이상을 방문해 경쟁사 제품을 마시는 술꾼들에게 자사제품을 1회이상 권한다는 111캠페인을 실시중.

보해는 최근 남자직원들을 누드로 등장시킨 알몸광고를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으며 두산도 길거리 무료시음회 등 각종 이벤트를 열어 신제품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수도권에서 두산과 보해의 출시가 늦어진 덕분에 일찌감치 제품을 내놓은 지방업체의 순한소주 시장점유율도 크게 높아졌다. 금복주의 참스페셜이 6월 21.8%로 전국 2위를 차지했으며 대선의 시원이 15.9%로 3위, 무학의 깨끗한 화이트생이 15.8%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순한 소주 전성시대 열렸다〓순한 소주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97년 17.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4.7%로 껑충 올라섰으며 올들어서는 6월말 현재 50.3%로 25도 소주를 넘어섰다.

이같은 급성장은 무엇보다 순한 소주의 순하고 참신한 감각이 젊은층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이에 따라 각 업체는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판촉전을 벌이며 ‘신세대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IMF체제로 주당들의 주머니사정이 나빠지면서 다른 주종에 비해 저렴한 소주를 선호하게 된데다 건강을 챙기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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