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씨 “정부내 재벌 비호세력 있다” 파문 원고삭제소동

  • 입력 1999년 8월 16일 22시 52분


김태동(金泰東)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이 16일 국민회의 정책위원회 주최의 세미나 강연을 앞두고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정부 내에 재벌 비호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경제부처의 인적청산을 주장했다가 파문이 일자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위원장은 당초 원고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은 과거 정권의 틀에 안주하면서 대우 등 부실재벌이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면서 “대우사태는 재벌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정부 내에도 재벌비호세력이 있음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국민회의 지도부에서 이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자 세미나에서는 “대우 처리과정에서 재경부 등은 부족한 측면을 보였다. 앞으로 공무원들이 개혁의 선봉장이 되도록 당이 격려와 채찍질을 해달라”고 수정했다.

그는 또 ‘공무원이 개혁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요원한 꿈처럼 보인다’ ‘공무원이 소극적이라면 집권여당이 개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사법부가 부도난 기업의 생명을 연장, 구조조정 잘한 기업을 계속 괴롭히는 모순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등 당초 원고에 있던 민감한 내용은 강연에서 모두 삭제했다.

김위원장은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당초 원고대로 “대우 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 총수들도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등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다”면서 “재벌이 가족에 의해 경영되고 경영권이 세습되는 한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또 “재경부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민주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