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주식 왜 파나?]「우량주 유상증자」자금확보용

  • 입력 1999년 6월 20일 18시 41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들어 주식시장에서 약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14일 871억원, 16일 818억원, 18일 86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이달들어 2948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재빠른 주식 매도가 상승장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번주중 4조원을 웃도는 유상증자가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조정의 폭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외국인들이 추격매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매물들도 종합주가지수 800선대에서 꾸준히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를 ‘한국투자 비중 축소’ 등 근본적인 투자전략 변경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외국인들이 18일 삼성전자 주식만 5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이유는 22∼23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유상증자 청약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 즉 신주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구주를 팔았다는 것이다.

또 한국통신 해외주식예탁증서(DR) 상장으로 121만여주, 7월 통신관련 업종의 외국인보유지분 확대로 SK텔레콤 주식 103만주 가량을 더 살 수 있게 된 외국인들로선 자금확보가 급해졌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李鍾雨)연구위원은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오른 틈을 타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물량까지 가세하면서 매도규모가 일시에 커진 것”이라며 “한국주식 투자비중이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주식매도에 대해 일각에선 ‘이달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관망세’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즉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보유주식을 팔고 채권투자를 늘리는 포트폴리오 변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현대투신운용 장인환(張寅煥) 펀드매니저는 “미국내 현지 뮤추얼펀드들이 금리인상에 대비해 이달초부터 점진적으로 주식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여파가 국내 증시에 미칠 경우 외국인의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펀드는 투자판단 지표로 활용하는 모건스탠리지수(MSCI)의 한국편입비중을 초과해 한국물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주가상승으로 해외주식예탁증서(DR)가격보다 주식값이 비싼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수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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