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상증자]타이거펀드-SK「정면충돌」

  • 입력 1999년 6월 18일 23시 21분


SK텔레콤의 해외 대주주인 미국의 헤지펀드 타이거펀드가 증자(1조3000억원)저지를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 SK와 타이거펀드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타이거펀드(타이거 매니지먼트 LLC)는 18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SK텔레콤측에 임시주총 소집을 공식요구했다.

타이거펀드측은 이번 주총에서 SK텔레콤 유상증자 추진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손길승(孫吉丞)SK그룹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임시키겠다고 밝혔다.

타이거펀드는 또 액면가 5000원인 SK텔레콤의 주식을 50분의 1인 주당 100원으로 액면분할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타이거펀드는 사외이사인 밥 돌 미국 상원의원을 한국에 파견해 청와대 정보통신부 등에 SK텔레콤 증자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전방위 압박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거펀드는 전세계 주식 채권 통화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를 주로 하는 총운영자산 125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양측의 속셈〓유상증자를 추진하는 SK텔레콤이나 이를 저지하려는 타이거펀드측은 서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측이 밝히는 증자대금의 용처는 통화품질개선과 고속무선데이터사업에 대한 투자. 그러나 타이거펀드측은 발행주식수 증가로 인해 주당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물타기 효과가 발생한다며 증자에 반대하고 있다. 자금의 용처에 대해서도 시설투자나 영업을 위해 쓰이기보다는 경영권 확보의도가 아니냐며 잔뜩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SK는 오히려 타이거펀드가 부실경영으로 인해 현금이 필요해지자 SK텔레콤 주식을 비싼 값에 처분하기 위해 증자는 반대하면서 액면분할을 집요하게 요구한다며 타이거측을 비난하고 있다.

▽표대결〓SK텔레콤은 일단 주총은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총에서 이사해임 건이 통과되려면 과반수 참석에 출석주주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타이거펀드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SK그룹은 25%의 지분이 있기 때문에 우호지분 5∼8%만 있으면 주총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상황.

이때문에 18.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통신이 주총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큰 관심사이자 변수. 증자 결의 당시 한통은 반대의견을 냈기 때문.

한국통신 관계자는 “‘한통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짓을 하지말라’는 등 외국투자자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통이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반대한 것도 이같은 외국인주주들의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그렇다고 임시주총에서 임원해임을 요구하는 타이거펀드의 손을 무턱대고 들어줄 수도 없는 처지.

아무튼 이번같은 해외 대주주의 임시주총 소집요구는 앞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국내 국외주주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