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수출업체 비상 『달러당 1250원 적정』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36분


수출업계에 다시 ‘환율 경보’가 울렸다.

원―달러 환율이 9일 1170원대 붕괴에 이어 10일에는 1160원대까지 위협받자 수출업체들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연초 1250∼1300원선에 맞춰 수출전략을 짰던 업체들은 서둘러 바이어와 가격인상 협상을 벌이거나 수입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

중동 지역에 매월 200만달러 가량의 섬유류를 수출하는 I사 관계자는 “정부가 연초 올해 환율은 1250원선이 적당하다고 해 그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I사측은 내주중 중동으로 직원을 보내 바이어어와 가격인상 협상을 벌일 예정. 5% 가량 올려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지만 바이어는 “그쪽 사정 때문에 가격을 올려줄 수 없다”는 태도다.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K사측은 3월에 1220원선에 계약했던 수출물량 100만달러 어치를 이번주 선적한다. 환율이 50원 이상 떨어지면서 5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작년부터 거듭되는 환율 불안을 견디다 못한 일부 수출업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 쪽으로 방향전환을 꾀하고 있다.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내수에서 수출로 전환하겠다는 업체는 작년 90.2%였던 데 반해 올해는 55.4%로 줄었다. 반면 내수와 수입쪽으로 돌아서겠다는 업체가 작년 2.1%에서 올해 13.3%로 대폭 늘었다.

그러나 수출업체들은 “수출만 해오다가 하루아침에 내수를 공략하는 게 쉬운 일이냐”는 반응들.

환율당국 관계자는 최근 환율급락에 대해 “작년에는 IMF체제라 외국에서도 환율개입을 어느정도 묵인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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