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외국인 자금 유입 유출 급증…이탈땐 충격우려

  • 입력 1999년 5월 8일 19시 56분


올들어 국내 주식과 채권 등 증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자금의 유입과 유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아직은 우려할 단계는 아니나 앞으로 계속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입 규모와 빈도가 늘어날 경우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외국 투자자들은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중에서 한국경제가 가장 빠르게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한국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므로 돌발변수가 없는 한 갑작스러운 이탈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현황〓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4월 한달 동안 증권투자를 위해 32억3천7백만달러를 국내로 들여온 대신 매매차익을 실현한 자금중 22억8천만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했다.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 유출규모는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월간으로는 가장 큰 액수. 올들어 4월까지 외국인들은 주식매도를 통해 총 67억8천만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했다.

그렇지만 증권투자를 위해 국내로 들여오는 신규 투자자금 규모가 유출액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순유입 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올 1월중 13억5천만달러에 달하던 순유입액 규모는 3월 2억2천만달러로 감소하다가 4월에는 9억5천만달러로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4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은 98억6천1백만달러로 이중 순유입액은 30억7천여만달러에 달한다.

▽이탈자금의 성격과 전망〓3월말 현재 외국인이 갖고 있는 상장기업 주식의 88.5%는 주식투자용이고 나머지 11.5%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따라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유입된 직접투자자금이다.

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책임연구원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투기성 자금)중 일부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 관련주를 매도,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일부는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다음 이익실현을 위해 곧바로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금융감독원 감독8국 조영제과장은 “올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외국인들이 주식투자 차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것이 증시나 외환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대기업 구조조정 진행과정을 주시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이 소리만 요란한채 지지부진할 경우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국인 분석가의 지적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이 더 이상 한국 주식시장에서 ‘먹을 게 없다’는 판단이 서면 즉시 이탈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강운·정경준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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