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본 IMF시대 직장풍속도]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출근시간 9시보다 한시간 이상 빨리 7시40분쯤 회사에 나왔더니 먼저 나와 일하는 선배가 있더라고요. 오후 6시 퇴근인데 서비스 시작을 석달 앞두고 있어 밤10시까지 집에 못하는 직원이 많아요.” (신승식·申勝植·하나로통신·27)

“사무실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직물이 쌓여 있고 여기저기서 영어 일본어로 전화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여기가 종합상사구나’ 실감이 나더군요. ‘나는 언제 저렇게 되나’ 하는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났어요.” (윤지영·尹智英·SK상사 인턴사원·26)

“조직의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선배들을 보면서 진정한 ‘프로’를 느꼈어요. 유통업계는 월마트 등 대형할인매장들의 공세로 이미 ‘전쟁터’입니다. 보수적인 경영풍토에 과감하게 도전하며 새바람을 일으켜보겠습니다.” (홍민균·洪敏均·롯데쇼핑·26)

구직난이 극심했던 지난해 수백대 1의 바늘구멍을 뚫고 기업에 입사한 행운아들. 이들 새내기 직장인들의 눈에 비친 IMF시대의 기업현장과 이들의 새해 각오다.

이들의 눈에 비친 요즘 직장분위기는 어떨까.

“IMF체제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살얼음판 같았던 분위기가 많이 안정된 것같아요. 하나로통신은 전체 6백여명의 직원중 신입사원이 1백60명이나 돼 ‘한번 해보자’는 의욕으로 넘쳐있습니다.” (신씨)

“대학다닐 때 직장인중에 ‘컴맹’이 많다고 들었는데 막상 입사해보니 서류작성을 여직원에게 맡기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해 놀랐어요.”(윤씨)

새내기들은 연봉제 팀제 등 서구식 경영방식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홍씨는 “연공서열식은 능력있는 사람이 손해보는 것 아니냐”고 했고 윤씨도 “인간관계를 해치지 않는 한 팀제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장님이 더치패이를 반대해 직원들이 번갈아 음식값을 낸다”며 “서구식 경영은 찬성하지만 우리 것도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한마디.

인턴사원제도에 대해 윤씨는 “SK상사에 10여명 배치됐는데 작년 신입사원들과 교육내용이 똑같다”며 “상사와 선배들도 한식구로 애정을 갖고 격려해줘 인턴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정글의 법칙’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실토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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