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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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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피치IBCA S&P 등 세계 3대신용평가기관이 잇따라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수준으로 추락했던 국가신용도가 급속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S&P는 재벌의 과도한 부채 등 한국경제위기의 핵심은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전망 조정 배경〓S&P는 “한국이 지난 한해동안 경제위기에 대처하면서 놀라운 진전을 보였다”고 등급전망을 조정한 이유를 밝혔다.
S&P는 97년말 바닥을 보였던 외환보유고가 98년 12월15일 현재 4.6개월분의 수입을 결제할 수 있는 4백90억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이룩했고 올해에도 수입감소와 엔화강세에 힘입어 흑자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대대적인 금융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제일은행을 미국 대형투자기관인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키로 한 것이 한국 금융부문을 회생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S&P는 평가했다.
S&P는 12일부터 3일간 우리나라에 국가신용등급 조사단을 파견, 현장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등급조정의 효과〓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면 외국인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차입조건이 개선돼 외환수급 상황이 더욱 호전된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되면 외자조달금리가 2∼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총외채는 1천5백억달러 안팎. 차입금리가 2%만 하락해도 이자비용이 연간 30억달러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S&P가 보는 한국경제의 문제점〓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높아지려면 재벌구조조정 금융개혁 재정적자개선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P는 기업의 과도한 부채, 과잉설비 수익성악화 등이 한국 경제위기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5대그룹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는 등 기업경영을 개선해야만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체질이 튼튼해지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S&P는 조언했다.
S&P는 금융개혁과 관련해 지난해말 대형은행간 합병과 대규모 정리해고 등으로 인건비 등 운영비가 감소하겠지만 부실채권이 다시 늘어날 수 있어 은행의 신용등급 상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부채의 급격한 증가도 지적됐다.
S&P는 올해 금융부문에 97년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가 투입되면 공공부채(대외지급보증포함)가 GDP의 67%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