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인사 안팎]『왜 포철만…』 표적감사 시비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단행된 포항제철의 28일 임원 인사는 두가지 포석을 깔고 있다. 외관상으론 감사원 감사결과를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근저에는 ‘과거청산’ 메시지가 뚜렷하다는 것이 포철 안팎의 시각이다.

감사원에 적발된 김광준(金光俊)전무 강구선(姜求善)상무 전순효(全舜孝)포스틸사장 등을 해임한 것은 이들과 김만제(金滿堤)김전회장 체제를 연결지어 함께 정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전회장 시절 핵심라인이었던 이춘호(李春鎬) 이형팔(李炯八)부사장을 경영위원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과거사와 단절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번 인사는 일단 유상부(劉常夫)회장이 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회장에 취임한 유회장은 ‘TJ(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대리인’이라는 세간의 평을 의식한 듯 “1년 후에 내가 책임지고 인사하겠다”는 얘기를 측근들에게 자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포철의 경영이나 인사에서 TJ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의 계기가 된 감사원 특감을 놓고도 ‘표적감사’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1백8개나 되는 공기업 중에서 유독 포철을 지목해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한 것도 그렇고 연말에 전격적으로 김전회장을 고발한 점을 놓고도 여러 말이 무성하다.

곧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인 김전회장도 “공기업의 기밀비 사용에 대해 횡령혐의를 적용한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꿰맞추기식 감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감사원은 김전회장이 4년간 재임 중 기밀비 53억원을 변칙적으로 조성해 쓰면서 그 중 4억2천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며 횡령혐의를 적용했다.

김전회장은 이것은 지금까지의 관행이며 공기업의 기밀비 사용에 대해 횡령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작년 공기업 감사때도 기밀비를 유용한 일부 사장에 대해 인사자료 통보라는 경징계조치를 했을 뿐이다.

금품수수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공사를 수의계약한 것을 문제삼아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고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감사원 내부에서도 “(김전회장에 대한 형사고발이)너무 심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회장측은 이번 특감을 자신에 대한 TJ의 악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TJ는 자신의 일본체류 당시 두번이나 인사를 하러 오겠다고 연락까지 해놓고 오지 않은 점 등 때문에 김전회장에 대해 아직도 괘씸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TJ측과의 관계회복을 꾀했던 김전회장은 자신에 대한 압박 강도가 강해지면서 태도가 변하고 있다. 요즘엔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어 어떤 ‘반격’을 펼칠지 주목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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