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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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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영국 런던 석유 선물(先物)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월물(物)은 10달러96센트를 기록해 25일의 배럴당 10달러92센트에 이어 연 이틀 배럴당 11달러 미만의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회의가 유가 부양조치 마련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석유시장에서는 거래량마저 크게 줄었다.
이같은 가격은 제2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크게 올랐던 80년의 세계 연평균 유가인 배럴당 36.83달러의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는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 △산유국의 초과 생산과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공급 증가 △지구온난화 현상 방지 노력에 따른 소비감소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등이 꼽히고 있다.
세계 원유소비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소비량이 하루 20만∼30만배럴까지 줄었다.
이같은 유가 하락은 재정수입에서 원유수출의 비중이 큰 중동과 남미 산유국의 재정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4백50억달러였던 석유판매수입이 올해 3백억달러에 그치고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도 올해 석유판매수입이 각각 40억달러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올 여름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적자가 몰고온 베네수엘라의 주가폭락은 남미 증시폭락의 기폭제가 됐으며 올 7월 세계3위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의 대외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도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가 주요 원인이었다.
‘오일달러’로 번영을 구가하던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폭락에 따라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고 외국근로자를 추방하는가 하면 왕정체제가 흔들리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