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式 따르라』 英美系 자본 유럽서도 「횡포」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8시 21분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원성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높다. 유럽에서는 이를 ‘앵글로색슨 자본주의’라 부른다.

미국과 영국계 자본이 유럽 각국의 증시를 쥐고 흔들면서 유럽기업에 자신의 기업문화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데 대한 반감에서 나온 말이다.

독일의 다임러벤츠사가 미국식 회계와 기업경영기준을 받아들인 것은 불과 5년 전인 93년이었다. 이 회사가 독일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이같은 변화를 시도하자 독일기업계는 당장 ‘변절자’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보통신장비회사인 알카텔의 세르즈 튀뤽회장은 9일 국제투자자들과의 조찬자리에서 “회사순익이 예상보다 낮을 것 같다”고 무심코 말했다가 회사를 거의 들어먹을 뻔했다. 바로 그날 이 회사 주식 투매현상이 벌어지면서 7차례나 거래가 중단된 끝에 주가가 프랑스 증시사상 하루 최대 낙폭인 38%나 폭락한 것. 이를 서방언론은 “작년 국제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아시아상황의 재판(再版)”이라고 묘사했다.

국제자본은 때로 한두마디 말에 회사와 국경을 옮겨다님으로써 경제불안을 가중시키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앵글로색슨 자본은 주권행사라는 명목으로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스파사를 18년간 지켜온 회장을 하루아침에 갈아치웠으며 스위스의 한 회사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장 등 전 임원을 퇴진시키기도 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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