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OB맥주 직장풍속도]『우리는 GS로 간다』

입력 1998-11-10 19:04수정 2009-09-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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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전통을 자랑하는 장수기업 OB맥주의 직장풍속도가 확 달라졌다.

올해 9월 벨기에 인터브루사와 합작법인으로 재출범한 뒤 토니 데스맷사장 등 외국인 임원진이 부임하면서 결재방식은 물론 업무용어, 점심문화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기업문화가 생겨났다. 직장분위기가 활기차고 부서간 직원들간 격의가 없어진 것도 큰 변화중의 하나다.

▼사장님은 서서, 사원은 앉아서〓권위적인 결재방식이 사라졌다. 토니 데스맷사장은 업무상 직원에게 볼 일이 있으면 전화로 부르기보다 직접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일반사원이 사장을 마주치게 되는 일이 일년에 손꼽을 정도였으나 지금은 하루에도 수차례나 된다.

사장이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간단한 질문을 할 때 직원이 벌떡 일어서는 일도 없어졌다. 사장은 선 채로, 사원은 앉은 채로 얘기하는 모습이 이젠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영어가 잘 되지 않아 가슴졸이며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점심시간의 문화충돌〓외국인 임원들은 점심시간을 업무시간의 일부로 간주해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때운 뒤 계속 일하는 수가 많다. 오히려 외부전화가 없는 점심시간이 일하기엔 더 좋은 시간이라며 시간을 쪼개 활용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다는 것. 이런 분위기 탓에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엎드려 자거나 컴퓨터오락을 하는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OB맥주의 한 과장은 “쉬고 싶으면 아예 1시까지 밖에서 바람을 쐬다 사무실에 들어간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올빼미’사원은 필요없다〓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사원이 줄어 들었다. 자칫하면 업무시간에 태만히 일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탓.

대신 담배연기가 뿌옇던 고객접견실의 공기가 깨끗해졌다.

그동안 접견실을 직원휴게실로 전용(轉用)해 업무시간 중에 담배를 피우던 직원들이 사라진 것. 퇴근 시간을 넘겨 일한다고 유난을 떠는 것은 낭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영어와의 전쟁〓중역을 포함해 팀장급 이상은 의무적으로 9주간 금, 토요일 1박2일로 연수원에서 영어교육을 받는다. 사원들은 사내 영어스터디그룹을 만들거나 퇴근 후 학원에 나가 모자란 실력을 보충한다.

결재서류를 영어로 작성하려면 한영사전과 영한사전을 꼭 붙들고 살아야 한다.

결재받으려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잘못 전달되면 낭패 중의 낭패. 책상 앞에 꽂혀진 사전은 이제 병사의 총알과 같은 존재가 됐다.

전표(slip)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 등 업무용어를 영어로 익히는 것은 필수다. 회사측은 최근 회계 마케팅 영업분야에서 흔히 쓰는 전문용어집을 마련해 사원들에게 배포했다.

▼공장까지 부는 변화의 바람〓이천 광주공장 등 OB맥주 생산현장의 관리감독도 철저해졌다.

5분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근무시간의 기록은 기본이다. 모든 생산실적을 데이터로 철저히 만들고 노동력을 비용으로 환산해 각 팀의 생산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생산라인에서는 자신이 속한 팀이 가장 생산성이 높은 팀으로 인정받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OB맥주의 윤영준(尹榮埈)이사는 “인터브루사의 경영진이 합류하면서 그동안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던 비효율적인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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