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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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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입찰사무국의 낙찰자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아 채권단은 6조원이상의 부채탕감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7조원 이상의 부채탕감을 요구한 현대와 채권단의 협상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아인수를 포기한 삼성자동차의 향배도 앞으로 남은 숙제. 삼성은 외자유치를 통한 독자경영을 주장하고 있지만 부채규모가 크고 앞으로 대규모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 빅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현대―대우 2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생산설비 조정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 안정적인 경영여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아처리의 변수 ‘부채탕감액’〓3차 입찰 직전 5조원 가량의 부채탕감을 생각했던 채권단은 기아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데 대해서는 반기면서도 현대의 부채탕감액이 예상액을 넘는데 대해 난감해하는 빛이 역력.
채권단은 6조원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현대는 당초 제시한 7조3천억원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추가적인 (채권금융단에 대한) 지원은 없다”면서도 “기아의 부채탕감은 국민의 돈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혀 부채탕감액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대―대우 양사체제로〓연간 생산능력 8만대 규모의 삼성자동차가 기아인수에 실패, 군소업체로 전락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업계는 대형업체인 현대와 대우의 양사체제로 굳어졌다.
특히 현대는 기아를 인수하면 연간 생산 규모가 1백88만대에서 2백93만대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선인 2백만대를 넘어서고 생산능력 기준 세계 13위에서 10위권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기아 아시아차 모두 현대가 단독으로 인수할지는 미지수. 현대의 여력을 감안하면 승용차와 상용차를 대우와 분할 인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연산 1백20만9천대 규모의 대우는 아시아자동차와 기아의 일부 라인을 인수하면 최소한 1백40만대 이상의 규모로 커진다.
▼대규모 생산축소 불가피〓자동차업계가 현대―대우체제로 정리되면 양사는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생산규모를 대폭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4,5년 전부터 생산규모를 경쟁적으로 확대, 현재 연간생산규모가 총 4백22만3천대로 심각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현재 40%대까지 떨어진 가동률을 최소 적정선인 70%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총 생산규모를 3백만대선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설비는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 현대는 기아를 정식 인수하게 되면 일부 사업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대규모 인력조정. 자동차 업계에서는 총 생산규모를 3백만대선으로 축소할 경우 현재 업계 전체 고용인력 10만9천여명 중 3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향방〓94년 말 자동차사업에 진출한 삼성자동차는 이번 기아인수 좌절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삼성측은 “현재 일본의 닛산과 연간 10만대 가량의 OEM수출 계약이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유럽 2개 업체와의 외자유치협상도 구체화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독자경영 기반을 마련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삼성을 빅딜논의 과정에 포함시키거나 워크아웃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이·이희성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