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의 직장인 클리닉]거래중단 고객 재유치하려면

  • 입력 1998년 9월 20일 21시 13분


“아, 현식이구나. 전화 잘 했다. 점심 살 테니까 우리 회사건물 바로 옆 은행으로 와. 에어콘도 잘 나오고 소파도 푹신하니까.” 현식씨가 도착하니 친구는 은행에 앉아 있었다.

“대출연장 서류를 내야 해. 오늘이 지나면 연장이 안된대. 점심 먹고는 바로 수원공장으로 내려가야하고.” “대출계 앞에 두명이나 더 있네.” “금방 된다니까 조금만 기다리자.” “옆 행원은 점심먹고 들어와 이쑤시고 있는데 대신 처리해 달라면 안되나?” “아니, 꼭 자기한테 와야 한다고 했어.”

‘고객 지원센터’ 팻말 앞의 행원은 사사로운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저녁 동창회에 나올 때 지난 번에 빌려간 돈 꼭 갖고 나와” 같은 얘기가 들려왔다.

“바쁜 사람은 우리하고 대출계 행원 뿐이구만.” 불평하는 현식씨와 친구 앞으로 전화를 끊은 고객지원센터 직원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지요?” “택시타고 왔어요!”소리를 버럭 지르며 현식씨가 벌떡 일어났다. “야! 나도 한시반에 회의가 있어서 그만 가야겠다. 점심은 나중에 사도 좋은데 거래은행은 빨리 바꿔라!”

이 지점은 에어콘을 쌩쌩 틀어놓고도 단번에 고객 두명을 잃었다. 고객지원 행원이 미리 커피라도 뽑아 대접하며 세상돌아가는 얘기라도 했다면 고객 한명이 늘었을 수도 있었다.

‘거래를 끊은 고객을 다시 유치하는 비용이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의 11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은 이제 왕이 아니다. 자신이 오래 재직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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