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시중銀 합병안 다시 부상…이행계획서 29일 마감

  • 입력 1998년 7월 26일 19시 56분


경영개선계획을 조건부로 승인받은 7개 은행의 경영개선 이행계획서 제출 마감일이 29일로 다가온 가운데 은행간 합병 움직임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대형 시중은행을 주축으로 한 합병방안이 다각도로 흘러나오고 있어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대형은행간 합병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상업과 한일은행간 합병협상이 최근 급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흥은행과 후발은행간 합병방안도 본격 거론되고 있다.

조흥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중간 규모의 후발은행과 합병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이번 이행계획서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외자유치를 추진하다가 잘 안되면 합병방안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흥은행은 한때 주택 및 신한은행에 합병추진 의사를 타진했으나 △주택은행은 ‘1차 합병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측 입장표명에 따라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반대’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었다.

상업과 한일은행간 합병 협상은 상당히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배찬병(裴贊柄)상업은행장과 이관우(李寬雨)한일은행장은 이달 중순 이후 수시로 만나 ‘합병문제를 검토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본데 이어 25일에도 회동해 구체적인 합병조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은행은 각자 추진중인 외자유치 협상 외에 두 은행간 ‘합병추진’을 경영개선 이행계획서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은행은 정부 지원을 전제로 외자유치에 나서던 중 정부가 제동을 걸자 합병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발등에 떨어진 승인판정을 받기 위해 ‘합병을 검토중’이라고 소문을 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며 합병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편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이행계획서에 합병방안을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합병추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아직 마땅한 합병대상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포함한 합병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행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위 관계자는 “승인받지 못하는 은행에 대해 한차례 보완할 시간을 주겠지만 그 뒤에도 구체적인 합병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강제합병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건부 승인은행이 우량은행 또는 다른 조건부승인 은행과의 자발적이고 성사 가능성이 있는 합병계획을 제출해야 퇴출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운·송평인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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