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외상거래 급증…매출액의 31% 차지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지난해 극심한 자금난과 고금리 여파로 상장사들의 외상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을 하는 5백21개 상장사(금융기관 제외)의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를 합한 외상거래액은 1백26조1천5백74억원으로 96년에 비해 28.8% 증가했다.

또 외상거래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서 30.9%로 3%포인트나 높아졌다.

지난해 상장사들이 1백원어치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면서 31원을 외상(주로 어음)으로 거래한 셈.

증권거래소는 외상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하고 금리가 인상돼 금융비용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면서 외상거래 증가는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증권거래소는 상장사들이 만약 물건을 외상으로 팔지 않고 현금을 받고 팔았다면 금융비용을 5조2천5백99억원이나 줄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5백21개사는 지난해 3조8천3백14억원의 적자를 내지 않고 1조4천2백85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외상거래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태일정밀로 165.9%였으며 아시아자동차 삼미 경향건설 라미화장품 동신 일성건설 진로종합식품 등도 100%를 넘었다.

이 중 태일정밀 아시아자동차 삼미 진로종합식품 등이 지난해 부도를 낸 기업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과도한 외상거래는 기업부도와 적잖은 관련이 있다고 풀이된다.

한편 상장사들이 외상매출채권을 받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66일이었으며 매입 채무를 갚는데 걸린 기간은 34일이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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