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융분석가 한국진단]『경쟁력 제고外 대안없다』

  • 입력 1998년 3월 6일 20시 22분


“87년 6·29선언 이후의 자유화 자율화 10년간 ‘근육질’의 경제구조를 만들지 못한 것이 한국경제 파탄의 원인(遠因)입니다.”

일본 노무라(野村)증권 금융연구소의 분석가 히라누마 마코토(平沼亮)는 방한중인 6일 “기업들이 자유화 후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실패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92년 이후 재벌을 필두로 경제 전체가 단기외화 차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중기적 요인이었다는 지적.

그는 “대다수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三菱)중공업 NEC(일본전기) 세븐일레븐 같은 뛰어난 기업이 나오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철강분야의 포항제철이 한국의 거의 유일한 세계 초일류기업이라는 평가.

대부분의 기간산업을 재벌들에 의존한 가운데 재벌들은 모든 업종에 손을 대는 ‘풀세트주의’로 사업을 구성하는 바람에 우량 전문화 기업을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풀이다.

그런 상황에서 외채의 이자 지불조차 불가능할 만큼 국제수지 적자가 쌓였는데도 ‘펑크’가 나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

거기에 동남아 통화위기가 기름을 끼얹었기 때문에 어떤 단기적 처방으로도 자력에 의한 위기 탈출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기술자립을 위한 독자적 연구개발(R&D) 대신에 손쉬운 기술도입을 통한 성장전략을 택한 것도 대기업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선택적으로 독자 기술개발에 집중했더라면 자금의 제약 때문에라도 풀세트주의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며 시간은 걸렸겠지만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기업을 육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또 재벌들의 방대한 상호지급보증이 기업의 승수적(乘數的) 파탄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이외엔 달리 경제재생의 처방이 없을 것입니다. 실패의 원인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경영의 투명화가 중요하며 장기적으론 과학기술력에 달렸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자가 대기업 ‘관료’(중역)보다 더 대접받고 벤처방식의 독특한 기업가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인다.

〈배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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