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기준 강화…「빅 딜」 어려워질듯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35분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거대기업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빅딜은 차기정부가 재벌개혁의 핵심과제로 추진해왔으나 제도적 장치없이 기업에 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반발을 사기도 한 끝에 재계 자율로 맡겨졌으며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은 12일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것이 기본방향이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거대기업의 탄생은 철저히 막을 것”이라며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다음달 초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일어날 빅딜은 대표적인 경쟁제한 기업결합행위로 인정돼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공정위측은 밝혔다.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와 조선에서 빅딜이 이뤄지면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게 돼 제재대상이 된다”며 “세계시장에도 거대기업이 등장하는 셈이어서 외국정부가 독점금지법을 역외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당초 산업합리화와 국제경쟁력강화요건 등의 예외조항을 들어 빅딜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국제기구의 압력 때문. 한국에 70억달러의 구조조정차관을 추가 제공키로 한 세계은행(IBRD)은 달러 지원조건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M&A를 규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업결합심사기준을 만들어 7월말까지 제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IBRD는 한국이 재벌간 M&A 사례마다 허가 또는 불허 이유를 30일 내에 통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측은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들이 서둘러 M&A 대상업종을 선정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구체화해 다음달초 발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1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1∼3위 업체의 점유율이 75%를 넘을 경우 기업결합을 금지할 수 있게 돼있는 것을 1위 업체는 40%, 1∼3위 업체는 60%로 각각 내려 금지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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