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대토론회]『빅딜통한 개혁,자유경제 흔들수도』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총수의 사재헌납이나 대규모사업교환(빅딜)추진을 통한 재벌개혁은 국민정서에 영합할지는 모르나 법치주의와 자유경제 체제의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 남덕우(南悳祐)전총리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재벌개혁 방식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남전총리는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영자총협회 주최 ‘대변혁기 한국기업의 생존전략 대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재벌개혁 조치는 인기위주가 아닌 합헌 합법적 질서 내에서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에서 금융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을 “민주화 개방화의 과정에서 우리 금융의 구조적 결함이 노정돼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금융제도의 구조적 결함으로는 △금융기관의 자주성 상실 △책임 행정체제의 부재 △정부감독의 부실 등을 꼽았다. 남전총리는 “그러나 작년말 국회에서 통과된 19개의 금융관련 법률개정안은 이러한 근본문제 해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문제의 해결은 금융과 금융감독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의 재벌개혁은 금융의 근본문제 해결보다는 재벌에 자기반성적 노력을 촉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남전총리는 또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지배 우려에 대해서는 “박찬호선수를 본받으라”고 충고했다. “박찬호선수처럼 외국자본과 겨루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그들을 무서워하면 안된다”는 것. “외국자본이 헐값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서 수많은 기업의 소유 내지 경영권이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인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부가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고 걱정하지만 그러면 내국인이 경영을 잘못해서 지금과 같이 엄청난 국부가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세실리오 가르사 주한 멕시코 대사는 ‘멕시코는 이렇게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강연에서 “94년 경제위기의 처방을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면서 보호주의로의 회귀 주장 등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세디오대통령은 철저한 개혁을 추진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 정부는 세금과 공공요금 인상 등 인기가 없지만 절대 필요한 정책들을 채택했다”면서 “결국 멕시코 국민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의 덕택으로 이제 차츰 경제회복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일본을 죽어도 못따라 잡는 18가지 이유’에서 한국기업 문화 등에 날카로운 메스를 댔던 모모세 다다시 ㈜도멘 서울지점장도 이날 아픈 충고를 쏟아냈다. 그는 “IMF체제를 단순한 경제회복의 차원에서 보지 말고 국가 경영진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한국 기업인들에겐 적극적인 기술개발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신칸센 철도를 스스로 개발한 것이 새로운 연관 기술 개발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고속철도를 스스로 개발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이를 외국자본에 내주었다. 한국도 이를 주목해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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