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사원시대 ⑧]강성욱/「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 입력 1998년 2월 5일 20시 28분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지식을 중심으로 한 권력이동을 역설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물질적인 부와 폭력이 권력의 원천이었지만 오늘의 정보화시대에서는 지식으로의 권력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사회는 지식을 보유한 자가 주도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토플러의 이런 예측은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짧은 시일내에 세계 정상으로 자리잡은 기업들과 그 기업을 일구는 백만장자 샐러리맨들같은 현실속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정보화시대의 개막과 함께 새로 등장하고 있는 이들 고액연봉자들은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을 전대미문의 ‘지식자본’으로 주도하고 있다. ‘스톡 옵션제’와 ‘연봉제’ 등 인센티브제도는 이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말 급작스럽게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영 및 인사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연봉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평생직장의 개념과 연공서열의 위계질서를 강조해 온 우리 기업문화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중체서용(中體西用)’의 우(愚)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듯하다. 당사자인 샐러리맨들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수입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지나 않을까, 혹시 자기보다 늦게 입사한 사원이 보다 고액의 연봉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연봉제가 일반화해 있는 미국계 컴퓨터회사라는 기업환경과 한국 미국 홍콩 대만 등 지역적 특성, 또한 일반 사원에서 관리직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연봉제는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회사차원에서는 각 개인에게 부여한 인센티브가 결국 회사 전체의 인센티브로 작용해 회사의 이익을 늘릴 수 있다. 또한 각 개인으로서는 자신이 일해 얻은 성과만큼 보상받게 되기 때문에 노력여하에 따라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거액 연봉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동시에 지식계급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미국경제의 재도약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속에서 비롯된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몇년 전 미국본사에서 홍콩지사로 근무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나는 당시 근무하던 회사이외에 여러 다른 회사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 제안들은 필자가 다니던 회사와의 연봉을 조정하는 과정에 상당히 영향을 발휘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개인이 자신의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연봉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능력과 성과가 높은 개인이 자신의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직장으로 일자리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면 연봉제는 인센티브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오히려 기업주의 횡포에 의한 실질임금의 하락만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성욱<한국컴팩컴퓨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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