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외채위기]밀고당긴 舌戰…「金利싸움」 최대고비

입력 1998-01-30 19:54수정 2009-09-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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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한국 외환협상대표단과 국제 채권은행단과의 외채 구조조정 협상과정은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과는 일단 ‘성공’이라고 평가되지만 그 과정에서 협상단과 채권은행단간에 벌어진 협상은 “치열한 전투같았다”고 한국측 대표는 말했다. 1차협상일인 21일 한국측은 이른바 JP 모건안(국채발행을 통해 빚을 갚으라는 내용)과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단기외채 2백40억달러를 전액 정부가 보증하는 1∼3년 중기외채로 바꾸자는 내용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은행단이 당황했다. 김용환(金龍煥)수석대표와 정덕구(鄭德龜)협상단장은 모험에 가까운 제안이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지 초조했다. 1시간동안 내부조율을 거친 은행단은 회의장에 돌아와 한국정부안에 대해 세밀하게 따져 물었다. 한국대표단은 한국이 다른 아시아국가와 다르며 이번 위기만 넘기면 일어설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22일 2차협상에선 분위기가 돌변했다. 은행단은 한국정부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하지만 정부보증 범위에 해외 현지법인 한국계 은행과 종금사의 외채까지 포함시키고 만기연장된 외채의 제삼자매각이 가능토록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너럴은행은 가산금리를 4%로 주장해 우리측을 긴장시켰다. 은행단은 3차협상(26일) 장소를 갑자기 시티은행에서 셔먼 앤 스털링 법률사무소로 옮긴다고 통보해 왔다. 금리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금 수준인 리보 +3.5%(약 9.15%)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27일에 있은 4차협상은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다. 이날 새벽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는 소문이 들어왔다. 정단장은 새벽 4시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오전 회의에서 은행단은 한국측이 제시한 가산금리 리보+2%에 대해 어이없어해 했다. 은행단은 +3%를 고집했다. JP모건이 협상에 불만을 품고 뛰쳐나갔다. 일부 미국은행들도 미국 대표인 체이스 맨해튼은행이 너무 유화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내분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협상은 결렬위기로 빠지는 듯했다. 의회의 금융청문회 이전에 매듭을 지으려는 미국 행정부의 입김이 강해졌다. 이 때문인지 28일 5차협상에서 은행단은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체이스 맨해튼 대표가 협상결렬을 외치며 또 다시 회의장을 나가 버렸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 체이스 맨해튼측이 다시 참석했고 저녁 무렵 채권기간별 가산금리의 수준에 의견이 접근했다. 이 순간 서울에서 “6개월이후 조기상환이 가능토록 하라”는 지시가 추가됐다. 막바지에서 이 문제로 또 한차례 고성이 오갔다. 한시간 반동안의 논쟁끝에 은행단이 포기한 모습으로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7박8일간의 피를 말리는 협상은 이렇게 타결됐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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