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리해고 불가피」노동계 달래기 만만찮다

  • 입력 1997년 12월 26일 20시 09분


26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본격적으로 「노동계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리해고 불가」에서 「정리해고 불가피」로 바뀐 김당선자의 입장을 노동계에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는 일단 표면상으로는 순조로운 편이었다. 양측이 사전에 「정리해고」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추후 논의키로 의견을 조율, 간담회장에서 의견대립이 벌어지는 장면은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노총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은 『인위적 강제적 구조조정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정리해고는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한 이후에 불가피한 경우의 최후 수단이다』며 완곡하게나마 「정리해고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위원장은 특히 한국노총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사실상 김당선자를 지지한 사실을 지적하며 은근히 김당선자의 발목을 잡아 김당선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당선자는 이에대해 『정부가 기업의 편을 들던 시대는 끝났다.노총과 정부는 동반자이다』며 지지에 답했지만 정리해고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3자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며 답변을 유보했다. 그러면서 『경제살리기가 최우선이고 노사정(勞使政)3자의 합의가 그 전제』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노총의 현기환(玄伎煥)정치국장은 간담회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지금 정리해고를 받아들인다고 밝힐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당장에 판을 깰 수도 없지않느냐. 오늘은 일단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경제위기가 심각한 만큼 일단 협조 분위기에 동참한 뒤 노사정 협의체에서 실익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7일로 예정된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는 한국노총과는 분위기가 다를 전망이다. 김영대(金榮大)사무총장은 『노사정 3자 협의체에 참여는 하겠지만 간담회에서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은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파탄의 원인이 재벌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정경유착에 있는데 일방적으로 노동자만 피해를 감수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김총장은 특히 『노동자들은 물가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등 이미 경제위기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노동자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측에서 먼저 재산을 처분해 부채를 상환하는 등의 자구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으로 볼때 김당선자의 「노동계 달래기」가 순항할 것 같지는 않다. IMF와 노동계의 입장차이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국내 국내재벌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외국기업은 정리해고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은 점을 투자기피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즉 기업을 인수 합병(M&A)할 때 기존의 근로자를 몽땅 끌어안고 가야하는 데 대해 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친노동자정책을 표방해온 김당선자가 IMF의 요구와 노동계의 주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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