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이러다간 모두 죽는다』…공멸 위기감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고려증권과 한라그룹 부도 등 부도사태와 일부 종합금융사들의 극심한 자금난으로 금융권이 한꺼번에 붕괴될지 모른다는 공멸(共滅)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근 상황은 재도약을 위해 움츠리는 정도를 넘어 아예 80년대 이전의 경제로 주저앉는 형국』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경색을 넘어 체제(시스템)마비에 가까운 상황.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논의되기 전에도 금융시장의 경색이 진행돼왔지만 이달 들어서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이 금융기관에 대한 콜자금 지원을 기피, 고려증권이 이미 부도를 냈으며 9개 종금사가 지난 4일부터 정상적인 결제마감시간을 이틀이나 넘기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만기가 된 기업의 어음을 연장해주지 않아 기업들도 정상적인 결제 마감시간을 하루 이틀씩 넘기면서 종금사의 처분만 기다렸다.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는 종금사 한 곳이 부도를 내면 거래 기업들도 곧바로 연쇄부도를 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부도를 내면 은행들도 원리금을 못받게 되는 부실채권이 급증, 금융권과 기업이 공멸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고 덧붙였다. 금융기관끼리의 콜자금 지원중단 등 금융시스템의 극단적인 마비현상은 6일 정부가 주택 국민은행 등을 끌어들임으로써 상당부분 해소됐으나 다시 재연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일부 종금사의 경우 콜자금을 지원할 경우 회수하지 못할 것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금융시스템의 마비현상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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