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컴퓨터망을 통해 흘러갑니다」.
거대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멋지게 건설해 줘 정보통신 분야의 진수로 꼽히는 시스템통합(SI)업체들. 이들 회사에 가면 사무실마다 「사랑의 향기」가 배어나온다.
SI업체들은 회사마다 사내 커플이 수십 쌍에 달해 이른바 「사내 커플 제조 공장」으로 통하고 있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SDS의 경우 사내 커플이 모두 48쌍. 이중 지난 해에 19쌍, 올해 들어 이미 23쌍이 결혼에 골인했을 만큼 사내 커플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도 마찬가지. 올해들어 11쌍이 사내에서 배필을 만나 결혼해 이 회사 사내 커플은 모두 32쌍으로 늘어났다.
LG―EDS시스템은 사내 커플이 20여쌍, 쌍용정보통신도 15쌍 정도로 SI업체들마다 사내 커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사내 커플을 권장하는 것도 분명 아니고 국내 대다수 기업 풍토가 오히려 사내 결혼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유독 SI업체에만 사내 커플이 이토록 많을까.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눈부신 정보통신 기술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SI업체는 회사 특성상 고도의 통신망과 전자우편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 회사내 연인들은 이런 첨단 기술을 이용해 주위 사람 눈에는 잘 띄지 않게 네트워크를 통해 사랑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망을 통해 흐르는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쌍용정보통신에 근무하는 강희영씨(27.94년 입사)는 지난 해 12월 지금의 남편인 황인태씨(27.95년 입사)와 결혼했다. 강씨는 『사내 커플들은 연애편지 대신 사내 그룹웨어인 사이버오피스를 이용해 전자우편을 자주 주고받는다』고 귀띔해준다. 그래서 사내 커플 대부분은 인터넷과 컴퓨터 실력이 상당 수준이다.
사내 커플이 많은 것은 SI업체들이 지난 2,3년간 해마다 1천명 안팎의 젊은 우수인력을 대거 뽑았다는 데도 있다. 그래서 다른 업종에 비해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가 SI업체에 많이 몰려 있는 편. 현대정보기술의 경우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겨우 29세. 다른 SI업체들의 평균 연령도 비슷한 수준. 여기에 SI업체의 여사원 비율이 최근 들어 30∼40%까지 올라갔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분야의 SI업체들이 우수한 여성인력을 적극 흡수해왔기 때문이다. 또 SI사업의 특성상 전산프로젝트를 맡다보면 밤샘 작업이 많아 일하는 가운데 사랑이 싹트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이만큼 SI업체에는 사내 커플을 불붙여 주는 완벽한 환경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LG―EDS시스템의 L과장(35)은 2년전 같은 부서의 K씨(26)와 사내 결혼했다. 부인보다 아홉살이나 연상인 L과장은 K씨의 키보드를 닦아주는 등 지극한 구애 작전 끝에 결혼에 성공. 두 사람 모두 시스템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집에서도 회사 일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며 신혼처럼 즐겁게 살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사내 결혼을 하겠다는 게 이들의 주장.
요즘 결혼하는 커플들은 아예 신혼여행지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고 청첩장도 인터넷으로 띄울 만큼 일과 사랑이 즐겁다.
그러면 사내커플에 대한 회사측의 눈길은 어떨까.
현대정보기술의 김택호사장은 『전산일은 고도의 두뇌 작업인 만큼 사내 커플간에도 전산 정보를 공유한다면 회사 발전에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사랑과 일,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요즘 정보화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색다른 풍경이다.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