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에 몰린 진로그룹이 화의(和議)신청을 한 것은 이 방법이 오너인 장진호(張震浩)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채권단에 장기간 채권회수유예를 설득해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의 명령에 의해 더 장기간 채무를 동결받을 수 있으나 오너는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장회장은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을 때도 주력사인 ㈜진로에 대해서는 경영권포기각서, 주식포기각서, 주식처분위임장, 주식실물 등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
장회장의 재산관리에 최근까지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장회장은 진로의 회생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진로를 포기하면 그는 무일푼이 된다』고 귀띔했다.
진로그룹은 1조9천억원의 자구계획을 추진중이지만 2천1백68억원어치의 매각계약만 성사됐을 뿐이며 추석을 앞두고 미지급금을 갚으라는 요구가 급증, 자금사정이 크게 쪼들리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 채권유예기간이 끝나는 진로종합유통과 진로인더스트리즈에 대해 ㈜진로가 1천6백억원에 이르는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2개사 부도→보증채무 이행 요구→㈜진로 파산의 수순이 예견돼 왔다.
진로그룹은 화의조건으로 △담보없이 빌린 대출금은 원리금을 2년거치 후 5년간 갚되 이자율은 연6% △외상물대는 원금만 18개월 사이에 분할 상환하고 이자는 면제 △담보 있는 대출금은 원리금을 2년거치후 5년 분할상환하고 이자율은 연9%로 내걸었다.
이런 조건으로 채권자들이 참아주면 돈을 벌어 갚는다는 것이다. 현재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을 비롯한 은행권과 종합금융사 등 제2금융권은 진로가 내놓은 화의조건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상업은행 김동환(金東煥)상무는 『진로계열사들에 대해서는 내년 7∼9월말경까지 원리금상환을 유예하기로 했기 때문에 기업측이 새로 내놓은 조건을 무조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일단 「진로계열사 재산을 보전하라」는 처분을 내리기 전에 채권회수요청이 잇따르면 「(기술적으로)부도처리」될 수 있으며 화의에 의해 기사회생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