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찬바람 『씽씽』…한보철강-기아自싸고 신경전

  • 입력 1997년 7월 18일 20시 20분


재벌그룹의 연쇄 도산으로 재계의 커다란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의 처리를 놓고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재뿌리기」전쟁을 벌이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기아자동차 인수추진설을 강하게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삼성의 기아 인수에 어떻게든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아 인수에 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기아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여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삼성은 기아의 해외 제휴선인 포드자동차의 주식을 넘겨받기 위해 포드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룹내에 기아전담반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아의 제삼자 인수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아가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하도록 재계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며 삼성의 기아 인수를 막기 위해 기아를 계속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현대는 지난 94년 삼성의 기아주식 매집사건 직후 기아주식을 사들여 지난 6월말 현재 기아자동차 주식의 2.14%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기아의 사모 전환사채(CB) 5백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삼성의 기아 지분은 6.31%. 이에 앞서 현대가 고로(高爐)제철사업 허용을 조건으로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하면서도 이달초의 1차 공개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자 삼성은 『현대가 인수하지 않겠다면 우리가 하겠다』고 나서 두 그룹 사이에 냉기류가 흘렀다. 삼성 관계자는 한보철강 2차공매가 29일로 다가오자 『공개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인수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의 대세는 『한보철강은 사업성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누가 가져가도 크게 반대가 없지만 기아자동차는 사정이 다르다』며 제삼자 인수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 특히 현대는 삼성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신규진입한 자동차분야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뿐 아니라 재계 순위에서 현대를 제치고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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