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보고서 파문과 관련, 기존업계가 삼성의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 삼성측이 이를 거부해 양측의 공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기존업체들은 특히 지난 94년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입 당시의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 쌍용 등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9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명의로 「우리의 입장」이라는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이 공개사과를 하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기존업체들은 「납득할 만한 조치」로 △각서의 충실한 이행 △증산계획 포기 △사업포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이번 건은 직원의 사문서를 일부 업체가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기업간의 문제로 비화시킨 것』이라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사과할 생각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로 진상이 가려지든지, 정부 등이 중재하지 않는 이상 이번 공방이 일찍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기존업체는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입 당시 정부에 제출한 각서의 이행문제를 들고 나온데 이어 사업 허가과정의 의혹가능성을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
鄭夢奎(정몽규)한국자동차공업협회회장은 『삼성의 신규진입 당시부터 공급과잉이 문제되었다』며 『삼성의 신규진입 자체가 잘못되었고 그 과정에 의혹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상산업부 金均燮(김균섭)기초공업국장은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각서이행 여부를 점검해왔고 삼성측에 앞으로도 계속 이행해 줄 것을 당부해왔다』며 『현재로서는 공방에 개입해 조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영이·박현진기자〉
▼ 삼성측 반론 ▼
삼성자동차는 9일 자동차구조조정 보고서 파문과 관련, 기존업체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삼성자동차는 이날 배포한 「최근 언론보도에 대한 삼성자동차의 입장」이란 제목의 의견자료를 통해 『직원의 관리 소홀로 이같은 문제가 확산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또 제품도 생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경쟁사들의 비난에 대해 『지금까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확정했거나 공표한 적이 없으며 타사들도 나름대로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적대적인 인수합병과 관련, 삼성은 『기존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힘이 벅찬 상황에서 자의에 의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만한 여유도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