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설업이 국내에 도입된지 반세기를 맞았다. 우리 건설업계는 각종 건설사고 등으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경제발전의 한 견인차 역할을 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2일 대한건설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건설업의 어제 오늘 내일을짚어본다. >>
▼ 과거
해방직후 미군발주공사로 시작
우리 건설산업은 암울한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난 지난 45년이후 산업으로서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건설업체의 옛날 장부를 들춰보면 장비목록에는 삽과 괭이, 심지어 지게까지 올라있을 정도. 업종의 명칭도 건설업이 아니라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청부업(請負業)이었다.
해방후 수많은 건설업체가 명멸했지만 해방당시 태어난 건설업체중 50년이 넘는 장수기업은 동아(45년8월창립) 삼환(46년3월) 극동건설(47년4월) 현대건설(47년5월) 4개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의 성장사는 곧 한국건설사인 셈이다.
해방직후 미군발주공사에 의존했던 건설업체들은 한때 공사물량이 줄면서 침체에 빠졌으나 한국전쟁후 전후복구와 도시재건 등 「전쟁특수(特需)」로 활기를 되찾았다. 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건설업계에 도약의 계기를 제공했다. 월남전 특수로 해외건설경험을 쌓은 건설업체들은 70년대 오일쇼크의 충격속에서 중동러시를 이루었다.
삼환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공사입찰에 세 차례나 실패한 뒤 73년 1백64㎞의 고속도로공사를 2천4백5만달러에 낙찰받아 중동진출에 성공했다. 이때 사우디정부로부터 우수하고 성실한 시공능력을 인정받아 한국업체 중동진출의 길을 텄다.
〈백승훈기자〉
▼ 현재
기술수준 선진국 비해 『평균 70점』
반세기를 넘어선 국내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은 미국 일본 등 건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21세기형 시설물로 알려진 해양구조물 원전시설 등에선 선진국에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만큼 뒤떨어져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의 종합적인 건설기술을 100으로 할 때 93년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기술수준은 평균 70정도.
시설물별 기술수준을 보면 도로 공항 분야의 경우 종합시공기술 평가가 78.3으로 그나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댐(74.4) 하천시설(74.4) 터널(72.2) 지하구조물(71.8) 건축물(70.1) 등은 70선을 겨우 넘어선 수준.
한편 교량(69.7) 건축설비(69.2) 상하수도시설(68.7) 고층건물(66.1) 등의 기술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해안시설(64.9) 원전시설(61.5) 등은 가장 후진적인 분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공사단계별 건설기술수준을 보면 시공분야는 도로 공항(86.8) 댐(82.1) 하천시설 및 터널(81.8) 등에서 선진국에 근접했다. 그러나 공사기획이나 설계 유지관리 등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의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황재성기자〉
▼ 미래
시장개방따른 경쟁력구축 시급
지난해 민간건설시장 개방에 이어 올해 공공시장, 내년에는 전문건설시장이 개방돼 안팎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반세기 국내 건설업체들의 경영활동에 보호막역할을 했던 각종 제도와 관행들이 국제기준에 맞춰 바뀌면서 경쟁구조 자체도 달라지게 된다. 업체들 역시 대기업 중소기업 전문건설업 등으로 다양화할 전망.
전문기관들이 예측한 국내 건설시장규모는 지난해 43조원(추정)에서 오는 2005년에는 71조8천억원 수준.
해외건설 발주액도 지난해 1백30억달러에서 오는 2000년에 2백3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2년에 열릴 월드컵축구는 문화 체육시설에 대한 투자와 건설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래에는 땅 바다 하늘을 통틀어 건설산업의 손길이 안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건설업 영역이 넓어질 전망이어서 첨단분야에의 도전이 업체들의 최대과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인공섬, 대규모 지하개발계획, 지상 5백층 매머드 빌딩건설 등 첨단분야에 대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국내의 일부 업체도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사업인 지오니스 시티(Geoness City)개발사업과 韓日(한일)수중 투명터널건설, 인공섬건설 등을 연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