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특혜대출비리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1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달 27일 수사에 착수한지 24일만에 이번 사건을 마무리지은 셈이다.
검찰수사는 과연 5조여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조성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데 모아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발표에서 「정부의 기간산업지원이라는 정책적결정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대출을 해준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 과정에서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 우찬목조흥은행장 등 3명의 은행장이 4억∼7억원의 커미션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洪仁吉(홍인길) 黃秉泰(황병태)의원 등 일부 정치권인사의 대출청탁에 대해서는 한보대출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며 「조역」에 불과한 것으로 설명했다. 즉 「정부의 정책적결정+은행자체판단+일부정치인의 대출알선」이 거액대출의 실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성격도 기본적으로 「은행대출비리사건」이라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한보철강이 부도가 난 경위 역시 자금사정이 나빠진 한보측에 더 이상의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채권은행단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금융사고」로 규정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설명은 그동안 세간에서 제기된 이 사건의 의혹을 제대로 해소시켜주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검찰의 결론은 수사착수초기 이 사건을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규정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지적과도 거리가 멀다.
한보철강이 부도가 난 직후 많은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보에 대한 거액대출은 결코 은행의 자체적인 결정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었다.
한보 대출의 배경에는 필연적으로 권력핵심부의 개입이 있었고 그러한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도 검찰의 수사결과는 핵심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검찰은 지난 24일동안 총 1백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홍인길 황병태의원 金佑錫(김우석)전내무장관 등 여권실세들의 비리를 밝혀내는 등 다소의 성과는 거뒀다.
그러나 이처럼 검찰수사가 사건의 본질을 꿰뚫지 못했던 것은 애초부터 이번 수사가 전면적인 의혹규명에 있었다기보다는 들끓어 오른 여론무마라는 정치적 목적하에 착수된데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정 관계인사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2백50억여원의 비자금 사용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많은 의혹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여서 이번 사건은 언제든지 다시 대폭발할 불씨를 안고 있는 「휴화산」이라는 것이 검찰주변의 시각이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