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노동법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회생에 실제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노동계의 총파업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불안해하고 반발하는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새 노동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솔깃해 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노동계는 『새 노동법이 시행되더라도 경제회생은커녕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총파업 와중에 노사정(勞使政)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개정 노동법을 둘러싼 「경제회생 효과」 논쟁을 살펴본다.
▼ 재 계 ▼
정부와 재계는 이번 개정 노동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고용관리가 크게 유연화돼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지리한 법정 다툼 없이 과잉인력을 정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업종전환 기업합병 체중감량 신기술도입 등 구조조정을 제때 능동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둘째로 기업의 인건비 절감효과다. 경제부처나 사용자단체는 이번 법개정이 가져올 인건비 절감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 대신에 『임금부문 경쟁력이 10%정도 향상될 것』이라고 다소 막연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노총 산하 연구소는 변형근로제 도입으로 최대 연간 13조여원의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이는 「근로자 월평균임금(1백36만5천원)×변형근로제 도입시 임금삭감비율(6.4%)×12개월×근로자 전체숫자(1천2백99만명)」로 계산한 액수다.
물론 그같은 계산은 추정 가능한 최대치며 대부분 대기업의 경우엔 단기간에 작업물량이 급변동하는 경우가 별로 없으므로 사실 인건비 절감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냉난방기 빙과류처럼 계절적 수요가 큰 업종, 수출물량이 특정시점에 몰리는 중소기업 등의 경우엔 상당한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게다가 이같은 비용차원의 이득보다 경영계가 기대하는 더 큰 효과는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측의 「힘」 회복이다. 대체근로제 무노동무임금 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 정리해고제 등으로 사용자의 힘이 크게 강화되고, 그 결과 「노조와의 마찰을 걱정한 제조업 진출 기피 현상」 등을 타개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노 동 계 ▼
노동계는 『사용자측이 기대하는 경제회생 효과는 모두 노동계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이며 설령 경제를 위해 노동계가 백번 양보한다 해도 이번 노동법이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朱鎭宇(주진우)조사통계부장은 『비용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개정 노동법이 기업경영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법개정이 촉발한 노사 갈등」 「정리해고제 등에 대한 근로자의 불안감과 근로의욕 저하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의 「갈등비용」이 인건비 절감비용을 상회, 결국 기업경쟁력회복과 경제 체질강화 측면에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제경쟁력의 중요한 지표인 단위노동비용(92년현재)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27%, 프랑스의 40% 등에 불과해 기업의 인건비부담이 선진국 기업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므로 인건비 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회복 효과는 단기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세계 일류 기업들은 인적 물적 기술적 재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는 추세』라며 『정부가 손쉬운 단기적 처방인 인건비 절감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이가 썩어 우는 아이를 사탕으로 달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인사는 『정부가 경제회생을 목표로 했다면 변형근로 정리해고제 등을 이번 같은 절충적 수준이 아닌 선진국 수준으로 과감히 도입하고 유보돼버린 근로자파견제도 도입했어야 했다』며 『개정 노동법 내용이 어정쩡해 자칫하면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갈등비용에 의해 상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李基洪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