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입사시험 자기소개 『파격』…「자기PR」만발

  • 입력 1996년 12월 1일 20시 03분


끈에 달아 소주병에 담은 자기소개서, 인터넷 홈페이지처럼 꾸민 자기소개서, 자신의 입사 이유를 친구 2백명의 연판장 형식으로 담은 자기소개서…. 최근 기업들이 입사지원자의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중요시하자 자신을 「확실하게」 알리기 위한 지원자들의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특히 창의력과 「끼」를 중요시하는 광고나 이벤트기획사들은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 「톡톡 튀는」 소개서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2남1녀중 몇째로 태어나 어느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은 어떠며 성격은 이러저러하다」는 식의 모범답안은 이제 옛말. 나를 「그」로 놓고 소설이나 희곡을 쓰거나 신이 입사계시를 내렸다고 알리는 형태, 미래의 성공한 자신과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방식 등 문체와 형식이 파괴되고 있다. 「흰색 종이에 검은 사인펜」으로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컴퓨터와 컬러프린터 스캐너 등 첨단 장비를 동원, 화려한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고 있다. 이벤트기획사인 연하나로에 제출된 소개서 중에는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홈페이지 처럼 꾸며 △성장과정 △학교생활 △성격 등의 각 사이트를 찾아가면 자기소개가 나타나도록 한 것과 프리젠테이션용 OHP필름(투명비닐)에 자신의 사진을 스캐너로 컬러 프린트한 다음 그위에 소개서를 쓴 것 등 「튀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만든 소개서들이 들어 있다. 경상계열 출신 지원자 중에는 아예 자신을 상품으로 놓고 고객(회사)에게 나를 팔겠다는 기획서형태의 소개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제일기획에 제출된 한 서류는 『올해 경제사정으로 볼때 대체수요(경력사원)는 거의 없고 신규수요(신입사원)는 조금 있겠으므로 68∼76년생들은 판매(취업)에 어려움을 겪겠다』며 시장환경을 분석한뒤 『귀사는 이러이러한 장점과 단점이 있고(고객분석) 나에게는 이러이러한 능력이 있으니(상품분석) 나를 구매(채용)하면 큰 이점이 있겠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문학에 취미가 있는 지원자들은 소개서 첫장에 창작시를 게재하거나 「천재를 원하십니까, 노력형을 원하십니까」 「3류대생이라고 해서 엘리트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는 식의 문구를 써 넣어 서류심사 담당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오리콤의 金大鉉(김대현)인사부장은 『이제 똑 같은 자기소개서를 이 회사에도 내고 저 회사에도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지망하는 회사의 성격과 사업방향 등을 잘 조사 분석한 뒤 그 회사가 원하는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음을 최대한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田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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