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행 스님이 신작 산문집 ‘생의 모닥불’을 통해 전하는 가장 무거운 한 마디다. 그는 1995년부터 30여 년간 임종을 지켜온 한국 불교 호스피스의 선구자다. 불교계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 ‘정토마을’을 세우고, 울산 울주에 불교 호스피스 전문병원 ‘자재병원’을 일궜다. 그가 자연과 삶에 대한 사유를 담은 시와 단상 150여 편을 묶어 산문집을 펴냈다.
스님은 21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흔히 쓰는 ‘언젠가는 죽는다’의 ‘언젠가’라는 막연한 말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며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죽는다는 진실을 가슴에 새겨야 삶이 오히려 활력과 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생명의 끝을 상기할 때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물으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죽음을 향한 스님의 시선은 두려움에서 분노로, 다시 깨달음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나이 쉰을 넘기면서 생주이멸(生住異滅·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결국 사라짐)과 법계연기(法界緣起·우주의 모든 존재와 현상은 서로 연결되고 의존함)의 이치가 보였습니다. 계절이 돌듯 사람도 태어나 머물다 떠납니다. 우리도 자연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란 걸 인정했죠”
생의 모닥불책 제목 ‘생의 모닥불’은 박인희의 노래 ‘모닥불’에서 따왔다.
“노래를 부르면 죽음이 더 유연히 수용되고,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습니다. 그래서 ‘모닥불’이라는 단어 앞에 ‘생’을 붙였어요.”
자재병원에서는 하루 한두 명이 임종한다. 그럼에도 죽음에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능행 스님은 전했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남기는 것은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 걸.” “일 좀 덜 하고 여행이라도 다닐 걸” 같은 후회였다. 스님은 “병이 깊어 타인의 손에 맡겨지기 전, 내 뜻으로 살 수 있는 지금 깨어 있어야 한다”며 “선택할 수 있을 때 선택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깨어 있음은 혼자만의 결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님은 죽음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와 다른 이들과 나누자고 제안한다. “지인들이 모여 어디서, 어떻게, 몇 살에 죽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그것이 곧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고, 건강한 죽음관을 만듭니다.”
혼자 살고, 혼자 아프다가, 혼자 죽는 요즘 세대에게 스님이 책에 담은 가장 큰 응원은 결국 “더불어 함께 살자”는 한마디인 듯했다. 그는 “죽음 앞에서 고립되지 말고 열려 있는 마음으로 열린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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