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들 죽인 아빠, 구원 받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강물이 멈춘 날/월리 램 지음·박산호 옮김/556쪽·2만2000원·리프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로 삶이 무너진 아버지가 있다. 실직 이후 불안에 시달렸던 이 남성은 알코올의존증을 겪고 있음을 아내에게까지 숨기다가 어린 아들을 차로 치고 만다.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비극이었을 사고 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매일 밤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던 중, ‘사라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생을 마감할 계획을 세우는데….

가족의 붕괴와 상처, 회복 문제를 지속해서 탐구해 온 미국 소설가의 작품이다. 주인공 코비 레드베터가 상실 이후 삶을 어떻게 지속해 가는지, 한 인간이 죄책감 속에서도 변화할 수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서 베스트셀러에 무려 여섯 편이나 이름을 올렸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그간의 문제의식을 한층 더 어둡고 응축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묻는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인간은 다시 살아갈 수 있는가”, “죄책감과 수치심의 한가운데에서도 구원은 가능한가?”….

이 소설의 강점은 초반부터 가족의 비극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압도적인 긴장감과 밀도 있는 감정을 들이민다는 점이다. 구원이 아니라 응징을 받는 레드베터의 서사를 통해 독자가 ‘자식을 죽인 아버지도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심지어 교도소에서 잔혹 행위를 목격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표적이 되면서 레드베터의 삶은 더욱 무너진다. 저자는 오랫동안 교정시설에서 글쓰기 강의를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교도소 안의 사회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교정 시스템의 폭력성을 함께 건드리며 소설은 개인의 비극을 사회적인 질문으로까지 확장한다.

‘강물이 멈춘 날’처럼, 당연히 흘러가야 했으나 어디로도 흘러가지 못했던 삶은 다시 강물이 돼 흐를 수 있을까?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도 빛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선택은 멈춘 물속에 있는 혼자가 아닌 도도히 흐르는 다른 강들,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비롯된다는 성찰을 소설은 펼쳐 보인다.

#소설#가족 비극#교도소#구원#자기혐오#삶의 회복#인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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