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모, 힙합 아티스트 첫 공연
다섯 살 때부터 피아니스트 꿈꿔… 버클리음대 합격하고도 진학 포기
클래식 경험이 커다란 음악 자산…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음악 할것”
5월 9, 10일 오케스트라와 협연
래퍼 창모가 5월 클래식과 힙합의 조화를 꾀한 세종문화회관의 기획 공연 ‘창모: 더 엠퍼러(THE EMPEROR)’를 선보인다. 창모는 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을 “예기치 못한 순간에 꿈처럼 다가온 기회”라며 “지루한 인생 속에서 이런 기회들이 올 때 온전히 즐기고 싶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해 9월 래퍼 창모(본명 구창모·32)는 휴대전화로 한 통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았다. 발신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획 공연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클래식 공연장에 서는 래퍼. 창모는 5월 9,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공연 ‘창모: 더 엠퍼러(THE EMPEROR·황제)’를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도 대중가수의 공연을 꾸준히 선보여 왔지만 힙합 아티스트의 기획 공연이 열리는 건 처음. 3일 동아일보와 만난 창모는 “떨리다 못해 등에 큰 돌이 얹힌 기분”이라며 “관객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오는 만큼 아깝지 않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 피아니스트를 꿈꾼 래퍼
실은 피아노는 창모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다. “다섯 살 때부터 나는 피아노를 쳤어, 영재였지/베토벤부터 모짜르트 바흐 쇼팽, 선배였지.” 대표곡 ‘마에스트로’ 가사처럼 그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미국 버클리 음대도 두 차례나 합격했다. 하지만 진학은 포기해야 했다. “평범한 집안이라 장학금이 나오지 않으면 갈 수 없었다”고 한다.
꿈이 꺾인 그를 붙잡아준 건 중학생 때부터 취미였던 힙합. 악보대로 섬세하게 연주해야 하는 클래식과 달리, 거친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로 이뤄진 힙합은 묘한 해방감을 줬다. 창모는 “어릴 때 혼자 랩을 녹음하고 있는데, 욕설이 들어간 걸 들은 어머니가 들어와 혼낸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고교 3학년 때 그는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에 데모 테이프를 보낸 걸 계기로 본격적인 래퍼의 길을 걸었다. 이후 ‘메테오(METEOR)’ ‘아름다워’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한국 힙합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창모는 클래식과 힙합, 상반된 두 장르를 접합하는 작업을 ‘자유로움’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거죠. 클래식에서 나올 수 없는 단순한 무드를 가져와 힙합에 섞고, 반대로 클래식의 아날로그 감각을 기계 위주의 힙합과 맞닿게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의 음악은 클래식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많다. 때문에 힙합계에선 “너무 웅장하다” “테크닉이 많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는 담담하다.
“그게 전데요. 없앨 수도 없고요.”
● “일상에 스며드는 아티스트”
어릴 적 클래식을 동경했던 소년. 이제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클래식 공연장에 입성하는 기분은 어떨까.
“래퍼로 활동하며 오케스트라를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게 됐을 때도 ‘이게 된다고?’ 싶었죠.”
창모는 이번 공연 초반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의 일부를 직접 피아노로 연주한다. 준비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지만, 요즘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하루 두 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이번 공연은 50여 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20여 곡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대표곡, 서울시합창단과 협연하는 신곡도 선보인다. 창모는 “올해 발매될 정규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노래”라며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여기까지 온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내려 한다”고 했다.
클래식 무대마저 접수한 래퍼. 창모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아티스트’를 꿈꾼다.
“삶에 영향을 미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밥 먹을 때 유튜브 틀어놓고 보듯이, 떼어놓을 수 없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유행처럼 한 시즌에만 듣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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