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속도의 힘’ 찬양하는 빅테크 기업가들, 극우와 손잡다

  • 동아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독일 극우 정당 노골적으로 지지
엘리트와 연합해 기존 권력 대체
◇포식자들의 시간/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이세진 옮김/200쪽·1만8000원·을유문화사


2024년 12월 독일 재무장관이자 자유민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AfD(독일을 위한 대안당)는 자유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극우 정당”이라며 “한번 만나 우리 당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보여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머스크는 지체 없이 응답했다. “전통 정당들은 독일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배반했지요. AfD가 독일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파리정치대 교수인 저자는 “독일 극우정당 AfD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억만장자의 행동을 오만가지 기행 중 하나로 간과하는 것은 치명적 오산”이라고 말한다. 책은 포퓰리즘적 정치인들과 정보기술(IT) 기업가들의 연합이 기존 정치 권력을 대체해 가는 순간순간을 포착한 정치 에세이다. 저자는 부끄러움 없는 독재자, 무질서를 전략으로 삼는 정치인,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 활보하는 테크 정복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을 ‘포식자들의 시간’이라 명명한다.

이들 포식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의 힘’을 주요 덕목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세계는 ‘절차·규칙·제도’보다 ‘속도·힘·감각적 충격’을 더 빠르게 소비한다. 광장과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민주주의적 토론은 사라졌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각자의 주장이 수정 없이 유포된다. 경제 불안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고, 이때 등장한 것이 “거의 항상 관습을 깨부수며,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데 방해가 되는 기존 세계의 대표자들을 경계하는 새로운 테크 엘리트들”인 것이다.

하지만 책은 포식자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진 않는다. 오히려 규제, 인권, 소수집단 보호 등으로 권력을 통제했던 시대가 인류 정치사의 예외적 순간이며 힘과 폭력, 속도는 기본 상태라고 말한다. “단지 그 기본 상태가 기술 문명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돌아온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논문 느낌이 짙은 번역서이지만, 21세기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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