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질 향상” vs “누구나 편하게”… 국중박 유료화 논쟁

  • 동아일보

[국립중앙박물관의 숙제] 〈上〉
“입장료 수익으로 관람환경 개선”… 英 등 해외 박물관도 유료화 검토
“공공자산 무료 유지” 반론도 상당… 본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이달 11일 6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세계 4위 규모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이달 11일 6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세계 4위 규모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은 K컬처 열풍을 타고 최초로 ‘관람객 600만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이나 주차 문제 등이 불거지며 ‘무료 관람이 적절한가’라는 고민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물관 안팎에선 “우리 문화 가치에 걸맞은 대가를 내야 한다”는 시각과 “아직 시기상조”란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르면 2027년 국중박을 시작으로 국립박물관 유료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중박은 상설 전시 관람료가 2008년 4월까지 2000원이었다가 문화 향유권 확대 목적으로 무료로 전환됐다.

그런데 최근엔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으로서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박물관·미술관 발전 정책세미나’에서도 김영호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은 “돈을 내고 관람해야 우리 문화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다”며 “입장료 수익은 전시 질 향상, 관람 환경 개선으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박물관 위상에 걸맞은 유물 구입비 확보를 위해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중박 유물 구입비는 2015년부터 10년간 매년 약 40억 원 수준. 문체부 관계자는 “유료화를 통해 가치 있는 유물을 적기에 구입해 전시의 질을 높이고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전시장 혼잡도가 극도로 높아진 데다 해외 박물관 도난 사례 등이 잇따르며 관리 인력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역시 유료화를 통해 뒷받침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박물관 유료화는 최근 해외에서도 화두다. 영국박물관은 2001년부터 무료 입장을 실시했으나, 정부 재정 악화와 관람층 확대 한계 등이 지적되며 다시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 일간지 더타임스는 “무료 입장은 정부 예산에 구멍을 내고 있다”며 “연간 5억 파운드(약 9817억 원)가 쓰이는데, 이는 전체 예술 예산의 40%”란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물관 문화유산은 공공 자산이므로 누구나 편하게 관람하도록 무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주머니에 입장료가 있건 없건 부담없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국중박이 2008년 5월 무료 관람을 실시하자, 당시 5∼8월 하루 평균 관람객 수(9140명)가 전년 같은 기간(6196명)보다 47% 늘어났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국중박 유료화는 전국 전시 관람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유료화에 앞서 후원제나 기부제부터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 국공립 박물관장은 “해외 주요 박물관들과 달리 운영비를 국고로 충당하면서 유료 입장까지 하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며 “자발적 지불을 장려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중박을 유료화할 경우 성인 기준 약 5000원 선으로 하되, 사회적 약자나 학생 등은 감면해주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측은 “야간 개장 할인, 다자녀가족 할인 등 다양한 가격 정책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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